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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 땅 내놓고 동전 모은다…헌 구두, 새 신 만드는 그의 마법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당하는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시가 7억원 상당의 땅을 기증했던 구두 수선공 김병록씨가 다시 아름다운 기부에 나섰다. 이번엔 지난 17일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받은 제34회 아산상 ‘자원봉사상’ 상금 2000만원 전액을 파주시청 등에 기부하겠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김씨는 “다음 주 중 시상금의 절반가량을 파주에서 생산된 쌀을 구매해 파주시청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최근 쌀값 하락으로 실의에 빠진 농민들도 돕고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어려운 가정에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지난 2020년 초 50년 가까이 평생 구두를 닦아 모은 돈으로 장만한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마장리 땅 3만3000㎡(1만평, 임야, 시가 7억원)를 코로나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파주시에 내놓았다. 〈중앙일보 2020년 3월 12일 자 1면〉

26년간 구두수선으로 이웃을 돕고 있는 구두수선공 김병록씨. 올해도 자신이 수거해 수선한 구두 53켤레를 위아자 나눔장터에 기부하고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기증한 신발 180켤레 중 153켤레를 직접 수선해 위아자 나눔장터에 내놨다. 변선구 기자

26년간 구두수선으로 이웃을 돕고 있는 구두수선공 김병록씨. 올해도 자신이 수거해 수선한 구두 53켤레를 위아자 나눔장터에 기부하고 중앙그룹 임직원들이 기증한 신발 180켤레 중 153켤레를 직접 수선해 위아자 나눔장터에 내놨다. 변선구 기자

“저소득층에 작은 도움되길”  

김씨는 “구두 수선일을 하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며 “나머지 상금은 파주시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 세 자녀를 키우는 다둥이 가정과 평소 이발 등 자원봉사를 벌여온 요양원 등에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상암동에서 구두 수선점을 운영하는 김씨에게 기부는 어느새 생활이 됐다. 지난 19일엔 모아서 수리한 헌 구두를 50켤레를 ‘위아자 나눔장터 2022’에 내놓았다. 그가 기부한 구두는 아름다운가게 서울 안국점과 송파가락점 ‘기부 물품 특별판매전’ 매대에 올랐다.

구두수선공 김병록씨(오른쪽)가 지난 17일 정진규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왼쪽)로부터 제34회 아산상 ‘자원봉사상’을 받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구두수선공 김병록씨(오른쪽)가 지난 17일 정진규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왼쪽)로부터 제34회 아산상 ‘자원봉사상’을 받고 있다. 사진 아산사회복지재단

위아자 나눔장터에 수리한 구두 50켤레 기부  

 김씨는 이날 중앙그룹 임직원이 기증한 신발 180켤레 중 153켤레를 무료로 수선해 나눔장터에 올렸다. 지난해부터 2년째 계속해 오는 재능 기부다. 김씨는 “지난해보다 2배 넘게 신발 기증이 늘어 수선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더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위아자 나눔장터는 중앙일보와 JTBC가 주최 및 후원하는 위스타트운동,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의 앞글자를 딴 국내 최대규모의 나눔장터다. 2005년부터 매년 가을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개최하고 있다. 모든 판매기부금은 위스타트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아동과 기후위기 취약계층 가정을 지원하는데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

 김씨는 구두수선점 인근 길가에 6㎡(2평) 남짓한 ‘사랑희망나눔 박스’를 열어 3년째 무인으로 운영 중이다. 새 제품처럼 수리한 구두를 비롯해 운동화, 가방 등 100점 가량 비치해 놨다. 필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틈틈이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보충한다. 간혹 한 번에 여러 개를 가져가는 경우가 있어,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도록 1인당 1점씩만 가져가 달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 놓았다.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오피스텔 1층 구두수선점 앞 복도에 마련된 ‘행운의 항아리’. 전익진 기자

서울 상암동 DMC상암이안2단지오피스텔 1층 구두수선점 앞 복도에 마련된 ‘행운의 항아리’. 전익진 기자

구두 수선점 옆엔 ‘행운의 항아리’ 설치, 동전 모금 운동

지난 1월부터 서울 상암동DMC상암이안2단지 오피스텔 1층 구두 수선점 앞 복도에는 ‘행운의 항아리’ 설치했다. 이웃돕기에 쓸 동전을 모으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어려움에 부닥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동전 모으기 운동을 합니다. 집에서나 직장에서 사용하지 않는 동전을 항아리에 후원하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써 붙여놨다. 이미 항아리 절반이 찼다.

그는 “코로나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이 시점에 사회 각 분야로 동전 모으기 운동이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식으로 퍼지길 기대해 본다”며 “그러면 실의에 빠진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우리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서 1996년부터 26년간 헌 구두 5000여 켤레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했고, 1997년부터는 이발 기술을 배운 뒤 매달 요양원·노인정 등을 찾아 이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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