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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곤란해" 월드컵 후원사 버드와이저가 썼다 지운 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FIFA가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경기장에서 맥주를 팔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FIFA 공식 맥주인 버드와이저가 타격을 입게 됐다. EPA=연합뉴스

FIFA가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경기장에서 맥주를 팔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FIFA 공식 맥주인 버드와이저가 타격을 입게 됐다. EPA=연합뉴스

“흠, 이러면 곤란한데(Well, this is awkward)”

카타르월드컵 맥주 후원사 버드와이저가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썼다가 지운 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카타르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경기장에서 맥주를 팔기로 한 계획을 전격 철회했기 때문에 날린 트윗이다. FIFA는 18일 “카타르 당국과 논의해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 판매 지점을 없애기로 결정했고, 팬 페스티벌과 허가된 장소에서 주류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기장에서 버드 제로(무알콜 맥주) 판매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월드컵 맥주 후원사 버드와이저가 트위터에 “흠, 이러면 곤란한데”라는 글을 썼다가 지웠다. 사진 버드와이저 트위터

카타르월드컵 맥주 후원사 버드와이저가 트위터에 “흠, 이러면 곤란한데”라는 글을 썼다가 지웠다. 사진 버드와이저 트위터

엄격한 이슬람 국가는 카타르는 원칙적으로 음주를 금한다. 하지만 카타르월드컵 기간에 입장권을 소유한 팬들이 경기 시작 전후에 경기장 인근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막이 임박하면서 카타르 정부가 경기장 내 맥주 판매 부스를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하는 등 묘한 기류가 흘렀다. 카타르 왕실의 압력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FIFA는 개막을 이틀 앞두고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한 팬. AP=연합뉴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한 팬. AP=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공식 맥주인 버드와이저 제조사 앤하이저부시 인베브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버드와이저는 FIFA와 7500만 달러(1000억원)의 계약을 맺고 있다. 버드와이저가 SNS에 썼다가 지운 글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한탄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버드와이저가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버드와이저는 법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026년 월드컵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만큼, 버드와이저가 FIFA와 법적 다툼을 하거나 후원 계약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타르 도하 시내 알비다 파크에 마련된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 전경. 사진 송지훈, 박린 기자

카타르 도하 시내 알비다 파크에 마련된 국제축구연맹(FIFA) 팬 페스티벌 행사장 전경. 사진 송지훈, 박린 기자

가장 큰 피해자는 카타르를 찾는 전 세계 축구팬들이다. 수천, 수만 명의 축구팬들은 도하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맥주 금지 소식을 접했다. 이제는 팬 존에서 1만8000원짜리 500㎖ 맥주캔을 사거나, 허가된 호텔에서 2만2000원~2만6000원을 지불해야 500㎖ 생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팬 존에서 만취한 사람은 술 깨는 지역으로 끌려가야 한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축구만큼 맥주를 사랑하는 잉글랜드 팬을은 소셜미디어에 “기본적인 즐거움을 앗아가는 카타르에서 왜 월드컵이 열리느냐”고 비판했다. 카타르로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마지막 맥주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게 유행하고 있다. 한 독일 팬은 “맥주 없는 축구는 축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축구서포터즈 협회는 “사전 설명도 없이 방침을 바꾸는데 숙박, 교통 같은 다른 약속들도 이행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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