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8)
최근 한 아마추어 골퍼가 골프 한 라운드에서 두 번 연속 홀인원을 했다는 뉴스가 났다. 로또에 당첨되기보다 어렵다는 홀인원을 평생에 한 번 하기도 어려운데, 한 라운드에서 2번씩이나 했다는 건 꽤 흥미로운 기삿거리다.
통상 아마추어 골퍼 기준으로 홀인원을 할 확률은 1만2000분의 1 수준이다.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다이제스트는 아마추어 골퍼가 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두 번 할 확률을 1억6200만분의 1로 보고 있단다. 미국 홀인원 관리소는 6700만분의 1로 추정한다. 체감하기 어려운 이 숫자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골퍼라면 누구나 알 법하다.
인터넷 검색창을 뒤적여보니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매우 드문 일인 것만은 분명했다. 10년도 더 된 뉴스를 찾아보니 심지어 전반 9홀에서만 홀인원을 두 번 한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뉴스에서는 한 라운드에서 동반자 2명이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동반자 2명이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은 1700만분의 일로 계산된다고 한다.
프로골퍼 최나연 선수는 지난달 말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고별전에서 홀인원을 해서 화제가 됐다. 개인 통산 4번째 홀인원이라고 한다. 1억 5000만원 상당의 BMW 뉴 X7이 주어졌다는 점은 덤. 횟수와 부상 여부를 떠나 고별전에서 홀인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점은 선수로서 굉장한 행운이었으리라.
홀인원(Hole in One)은 티샷으로 홀인 하는 경우다. 보통 파3 홀에서 그린 위에 공이 한 번에 올라가는 원 온을 염원하며, 홀 컵 근처에 최대한 붙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티샷을 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홀인원은 실력보다는 운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니까 “내가 오늘 꼭 홀인원을 하고 말리라”는 다짐이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어찌보면 “나 왠지 조만간 홀인원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라는 말이 오히려 앞뒤가 맞는 셈이다. 프로골퍼 중에도 아직 홀인원을 못해본 사람도 있고, 구력이 20년 이상 오래된 골퍼 중에서도 내 생에 소원이 홀인원 한 번 해보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니까. 물론 샷의 정확도가 높은 프로골퍼가 홀인원을 할 확률이 높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
한 라운드에서 2번의 홀인원을 했다는 기사를 보니 골프를 시작한 지 갓 1년 된 새내기 골퍼였고 그날 스코어는 98타 수준이었다고 한다. 두 번의 홀인원이 없었다면 100타. 말 그대로 백돌이 골퍼다.
그렇다면 대관절 홀인원 보험의 정체는 뭔가. 보험이란 모름지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이 아니던가. 홀인원이 골퍼 개인에게 있어서 경사임에는 분명하지만, 홀인원 시 개인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함께 라운딩을 한 동반자를 위한 기념품 구매와 회식비 지원은 당연하거니와 캐디 축하금, 동반자들과 함께 하는 다음번 라운딩 비용 등을 고려하면 수백만 원이 소요되기도 한다. ‘홀인원을 하면 멀리건을 쓴다’는 웃픈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모든 게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턱으로 쏘기에 다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 그래서 시중에 나와 있는 홀인원 보험은 홀인원을 하게 되면 필시 수반하게 되는 다양한 비용을 보장해 준다. 한 보험사 홀인원 보험의 비용 범위를 살펴보니 ▲증정용 기념품 구입비용 ▲축하 회식비용 ▲축하 라운드 비용 등이다. 이런 비용을 노리고 캐디나 설계사 등과 짜고 허위로 홀인원 비용을 타내는 보험사기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나는 아직 홀인원 구경도 못 해봤다. 그 와중에 혹시나 내가 실수로(?) 홀인원을 해버리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항상 한다. 사실은 아직 버디도 못해본 백돌이 골퍼의 철없는 걱정이다. 그래도 홀인원 보험에 가입은 해뒀다. 아직 실력은 없어도 어느 운수 좋은 날 홀인원을 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철없는 걱정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건너건너 들은 이야긴데 한 초보 골퍼는 첫 버디하기 전에 홀인원부터 했다고 한다(아니면 말고).
골린이 Tip
- 멀리건은 몇개까지 허용될까?
- 멀리건은 티샷이 잘 맞지 않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을 때 이를 무효화하고 벌타 없이 한 번 더 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골프의 관행을 말한다. 실력 차가 현격하게 나는 골퍼와 경기를 치르며 동등하게 경기를 하기 힘들자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멀리건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골프 규칙에 멀리건이라는 용어는 없고, 원칙적으로는 반칙이다. 아마추어나 프로 할 것 없이 스코어로 시합하는 경우 멀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멀리건은 정식 골프 룰이 아니기 때문에 몇 개를 쓸 수 있다는 정해진 규칙은 없다. 동반자와 캐디 등과 합의한 후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