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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7년 국민연금 고갈…1990년생부터는 한 푼도 못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연금 이미지.

연금 이미지.

올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자격(2033년부터 만 65세 수급개시)이 생기는 1990년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만일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보험료율 급등으로 미래 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걷어 기금을 미리 적립해놓고, 확정된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관마다 2~3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현행대로라면 앞으로 35년 전후로 이 기금은 바닥나게 된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상태를 진단한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결과에 따르면, 기금 규모는 2041년 최고에 도달한 후 급격히 감소해 2057년 바닥을 드러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39년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봤고, 2055년을 연금 고갈 시점으로 예측했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연금 재정 전망.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쌓아놓은 기금이 모두 없어지면 부과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부과 방식은 해마다 그 해에 필요한 연금 재원을 해당 시기 근로  세대한테 걷어 노년 세대를 지원하는 식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연금 기금 고갈과 관련해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적립식에서 기금이 고갈되면 결과적으로 부과식으로 바뀐다. 국가가 (연금 지급을)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부과 방식을 통해 여전히 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미래 세대의 부담이 훨씬 더 커지는 게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 고갈로 인해 적립 방식에서 부과 방식으로 바뀐 후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을 지속하려면 보험료율(부과방식 필요보험료율)이 40%에 육박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가 저출산 상황을 고려해 합계 출산율 1.05명(2020년 기준)을 적용한 추계에서는 2088년에 보험료율이 37.7%에 달했다. 한국재정학회 회장인 전영준 한양대 교수도 지난 9월 열린 학회 정책토론회에서 부과 방식으로 바뀌면 소득 기준 보험료율이 35% 수준까지 상향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세대는 사실상 동일한 소득대체율을 적용받는데도 현재 가입자(보험료율 9%)보다 4배가량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된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왼쪽)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오른쪽). 뉴스1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된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왼쪽)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오른쪽). 뉴스1

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마련됐지만, 문제는 방향과 방식에 대한 합의다. 지난 7월 구성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16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 구성을 의결했다. 자문위 공동위원장으로는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낸 김용하 순천향대 IT 금융경제학과 교수와 문재인 정부 사회수석을 지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이들을 포함해 여야가 추천한 연금 제도 전문가 16명은 올해 12월 말까지 연금개혁 방향을, 내년 1월 말까지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초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용하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금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지속 가능하고 유지된다”면서도 “다만, 현 추세로는 보험료율을 대폭 올려야 하는 등 파격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미리미리 조정하자는 것이 연금개혁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직 단계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있지만, 개혁이 늦어질수록 특단의 개혁안이 나와야 하기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연명 교수는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하나도 못 받는다’는 말은 잘못됐다”면서도 “결국 2057년이 오기 전에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적정 소득보장으로 노후 빈곤을 예방할 수 있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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