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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시대, 가족이 부양? 10명 중 2명만 그리 생각[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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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고물상에서 손수레에 폐지를 싣고 온 노인이 무게를 달고 있다. 뉴스1

대구의 한 고물상에서 손수레에 폐지를 싣고 온 노인이 무게를 달고 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1000만 노인 부양 준비 됐나

10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19만 8480명이다. 전체 인구의 17.9%이다. 노인 1000만 시대가 머지않았다.

55세 전후 주요 직장 은퇴한 후 소득 고갈 시기를 보내다 62세(내년에는 63세)에 국민연금을 받고 곧 노인이 된다. 65세 노인이 된 후 여성은 평균 20년, 남성은 15년 노년기를 보낸다.

노년기에는 누군가의 부양을 받아야 한다. 경제적·정서적인 부양을 받거나, 몸이 아프면 돌봄 지원을 받는다. 누가 과연 1000만명의 노인을 보살필까.

가족? 그렇지 않다. 최근 공개된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보면 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9.7%에 불과하다. 2년 간격으로 사회조사를 할 때마다 내려간다. 2008년 41%에서 절반으로 줄었고,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반면 가족·정부·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8년 43.6%에서 올해 62.1%로 올랐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참여한 노인들은 노후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 국가가 해야 한다는 응답이 49%였다. 2008년(34.9%)보다 크게 늘었다. 반대로 본인 41%(53%), 자녀 10%(11.8%)라는 응답자는 줄었다.

두 조사를 종합하면 부모 부양의 책임은 정부나 사회에 있다. 자녀라고 생각하는 이가 10명 중 1~2명 정도다. 노인 자신도 자녀의 부양을 바라지 않는다.

가족·정부·사회의 부양이란 게 바로 복지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빈약하기 그지없다. 7월 현재 평균 국민연금은 58만원이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안 되면 평균 40만원이다. 75세 이상 초고령자는 24만원이다. 기초연금 30만 7500원이 그나마 가뭄에 단비 격이다.

노인의 46%만 국민연금을 받는다. 기초연금이 이를 보완한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나가 27만원이라도 벌어야 한다.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수당(활동비)을 합하면 1인 가구 최저생계비(58만원)에 겨우 턱걸이한다.

서울 강서구 신완숙(82)씨는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수기 공모 당선작에서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활동비를 받고 있어서 1남 5녀인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썼다. 두 가지 복지수당이 자녀 부양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에 사는 송종환(76)씨는 같은 수기공모전 당선작에서 "기초연금과 노인 일자리 활동비로 진료비와 생계비를 충당하며 건강과 경제적 효과가 함께 나기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생명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연금·기초연금 같은 복지제도가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어떡하든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려고 한다. 이 사업 참여자 61만여명의 54%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참여했다.

자신은 부양받지 못하면서 손자를 떠안은 노인도 있다. 4년째 폐지 수집일을 하는 서모(76)씨 부부는 연락이 두절된 자녀를 대신해 손자를 키운다. 주 수입원은 기초연금과 폐지 판돈이다. 서씨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원에게 "아이고 힘들었죠. 아들이 집 나가고 며느리도 가버리고, 손자는 나한테 맡겨놓고. 그렇게 (폐지 수집을) 시작한 지 몇 해인지…"라고 말했다.

다만 자녀의 부모 부양 중 정서적 지원은 아직 탄탄한 편이다. 노인의 70.5%가 같이 살지 않는 자녀에게서 안부 전화 등으로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소·빨래·식사준비 등의 도구적 지원을 자녀(비동거 자녀)에게서 받는 노인은 33.1%에 불과하다. 돌봄 지원도 31.3%로 낮다.

장기요양보험이 도구적 지원과 돌봄 지원 기능을 대신하게 돼 있지만, 여전히 빈약하다. 노인 인구의 10%도 채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 제도 성숙 속도보다 부모 부양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더 빠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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