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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노인공화국’] 준비 안 된 ‘노인공화국’…빈곤·질병·고립 깊은 수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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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호 01면

SPECIAL REPORT

온종일 폐지를 주워 9000원 버는 노인은 ‘노인공화국’의 현실이다. [뉴시스]

온종일 폐지를 주워 9000원 버는 노인은 ‘노인공화국’의 현실이다. [뉴시스]

대한민국이 늙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815만 명. 전체 인구 5184만 명의 15.7%다. 2049년에는 40%에 달할 전망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를 향해 달려간다. 팔팔한, 일하고 싶은 노인이 많지만, 변변한 일자리가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69세 고용률은 48.6%, 70~74세는 37.1%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언뜻 보면 장밋빛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흑빛이다. 65~74세의 1년 내 정규직으로의 재취업률은 4.3%, 비정규직으로 재취업률은 19.8%에 그친다. 쓰레기 줍기, 등하교 도우미 등 전시성 일자리만 늘렸을 뿐, 질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노인은 빈곤의 늪으로 빠진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의 50%(상대빈곤선) 이하인  비율은 43.4%다. OECD 국가평균의 3배로 압도적 1위다. 빈곤으로 인한 고립은 또 OECD 노인 자살률 1위라는 비극을 부른다. 김효선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과장은 “노인들은 가족·젊음·돈·건강·친구를 잃으면서 삶에 대한 미련도 함께 잃어가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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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은퇴 후 최소 생활비(2인 기준)는 월 216만원. 하지만 공적, 사적 연금으로 받는 금액은 138만원에 그친다. 게다가 은퇴 후 65세까지 5~10년간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는 ‘소득 크레바스’에 빠진다. 정해훈 대한노인회 대변인은 “아이들 교육·결혼 등에 자신의 노후 자금을 쏟아붓고 나니 노인이 된 부모들은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대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노인복지수당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부담을 다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행중 다행일까. 상황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가계 및 비영리법인이 갖고 있는 순자산은 1경1591조원. 8912조원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2678조원은 순금융자산이다. 가구주 연령대별 자산보유액은 40대가 5억5370만원, 50대가 5억6741만원으로 60세 이상(4억8914만원)보다 많다. 경제 성장의 결과 40·50대는 현재 노인들보다 부유하다. 실제로 노인빈곤률은 2011년 47.8%에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양극화다. 순자산 5분위(상위 20%)는 14억8000만원, 4분위는 5억6000만원에 달하지만 1분위(하위 20%)는 4000만원 뿐이다. 큰 병이 들어도 마음 놓고 치료받기 어려운 수준이다. 노인층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축소하면서 취약한 빈곤 노인에게는 보다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력도 있고, 건강도 양호한 노인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는 ‘노인의 나라’를 앞두고 있다. ‘노인에 의한 나라’도 어쩔 수 없이 다가올 것이다. 그 전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준비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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