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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MBC 전용기 배제, 헌법 수호 일환” MBC 기자 “뭐가 악의적이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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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호 04면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거의 외교 주간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성원 덕에 연속되는 중요한 외교 행사를 무난히 진행했다.”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처음 진행한 18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의 외교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자 했다. 순방 출발 전인 지난 10일 이후 8일 만의 도어스테핑이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부터 동남아 순방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면담 결과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전날 사우디 왕세자와의 한남동 관저 회동에 대해서도 “국가 정상의 개인적 공간을 보여주는 게 별도의 의미가 있기에 어제 굉장히 기분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교’는 거기까지였다. 이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선 국내적 논란, 특히 ‘MBC 전용기 탑승 배제’가 최대 화두였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탑승 배제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 취재를 담당하는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라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도어스테핑 장소가 말싸움 장소로 변한 건 그 직후였다. 옆에 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가시는 분 뒤에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느냐”고 지적하자 MBC 기자가 “질문도 못 하느냐. 질문하라고 만들어놓은 자리 아니냐”고 맞받았다. 이후에도 “아직도 이러네”(이 비서관) “여기가 군사정권이에요”(MBC 기자) “왜 군사정권이란 말이 나와요”(이 비서관) 등 설전이 이어졌다.

대변인실도 가세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10가지 사유를 들어 반박에 나섰다.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MBC가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했다” “마치 대통령이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한·미동맹을 노골적으로 이간질했다. 이게 악의적”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순방 기간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 매체 기자 두 명을 따로 불러 면담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개인적인 일이다. 취재에 응한 것도 아니고”라고 답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전용기는 공적인 공간이지 않나’라는 거듭된 질문엔 “(다른 질문) 또 없으십니까”라며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외교 성과를 알리는 데 전력투구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번 순방이 지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로 집계됐다. 전주(30%)보다 1%포인트 낮아지면서 2주 만에 다시 20%대로 떨어졌다. 부정 평가는 전주(62%)보다 1%포인트 내린 61%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외교’가 긍정과 부정 평가 이유 1위로 똑같이 꼽힌 게 관심을 모았다. 한국갤럽은 “긍정·부정 평가 이유로 양쪽 모두 ‘외교’가 최상위로 부상하면서 취임 후 세 번째 해외 순방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상반된 시각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외교’가 이번 주의 핫이슈였던 건 맞지만 긍정적 시선과 부정적 시각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과적으로 지지율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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