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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중국 외치지만 미·중 갈등에 좌불안석일 것”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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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호 06면

복잡해진 대만 정부 셈법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대만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수록 운신의 폭은 되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미·중 갈등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대만 이슈와 관련해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대만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시 주석이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의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한 게 관심을 모았다. 내정 간섭이란 기존의 반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핵심 이슈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며 “탈중국화를 외쳐온 대만이 이번 회담을 미국과 더욱 밀착하고 중국과는 거리두기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지금 누구보다 좌불안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현실 속에서 중국의 반발을 키우는 게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만 국립정치대 박사 출신으로 양안 관계를 집중 연구해온 강 교수를 중앙SUNDAY가 만나 시진핑 3연임과 미국 중간선거 이후 갈등의 당사자인 대만은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향후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하게 될지 전망해 봤다.

미·중 정상의 첫 대면 회동을 지켜본 대만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무엇보다 미국의 입장을 환영한다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바란다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이 진정 원하는 건 미국의 보호 아래 중국과 현재 수준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지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게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만 정부는 미·중 갈등의 핵심 요소로 대만이 계속 부각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현 정권엔 실질적 독립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그게 대만의 아이러니다. 현재 대만은 경제적으로 사실상 중국에 ‘종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대만은 지난해 6%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의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한 결과다. 경제 구조만 두고 봤을 때 중국 시장은 대만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셈이다. 일각에선 대만의 대중 반도체 수출을 대미 수출로 전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대만엔 미국이란 뒷배가 있지 않나.
“당장은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의구심도 적잖은 게 현실이다. 2019년 홍콩 시위가 교훈 아니겠는가. 당시 미국과 유럽 각국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강제 진압하는 중국을 향해 강력 경고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내놓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를 침략자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직접 개입은 피하고 있지 않나. 대만 내부에서 자칫 ‘제2의 홍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대만 내에서도 독립이든 통일이든 현상 변화를 원치 않는 여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대만 국민도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1949년 이후 대만도 세대교체가 이뤄져 이젠 전 국민의 60~70%가 중국인이 아닌 완전한 대만인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체성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는 국제정치·경제 측면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한 채 독자성을 확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강 교수는 오는 26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향후 대만 외교 정책의 향배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미·대중 관계가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선거 결과가 대중 강경파 여당인 민주진보당은 물론 중국과의 협력·교류를 강조하는 제1야당인 국민당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다. 국민당이 최근 ‘친미 정당’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반중 분위기 속에서 치르는 선거인 만큼 야당 입장에서 친중 행보는 전략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외적 위기관리 능력을 부각시켜 현 정부와 차별화해야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처벌과 보상’이란 중국의 이중 전략이 실제로 대만 사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나.
“달리 말하면 갈라치기 전략 아니겠는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 집권 후 중국과의 대화는 거의 단절된 상태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이며 대만 내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반도체 수출과 인적 교류 등 각종 혜택을 통해 대만에 대한 경제적 지렛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를 놓고 대만 내부 여론이 여러 갈래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2년 뒤 미국·대만 모두 큰 선거를 치른다.
“미국의 경우 양당의 대중 정책에 별 차이가 없는 만큼 차기 미 대선에 따른 변수는 미미할 것이다. 오히려 2024년 대만 총통 선거가 중요하다. 그때까지 국제사회가 무시 못할 수준의 경제력과 최소한의 군사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중국에 맞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방어 능력은 갖춰놔야 냉엄한 국제 현실 속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향후 2년간 대만 정치 리더십의 최대 변수이자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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