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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노인공화국’] 기초연금 지급 대상 줄이고, 취약한 빈곤 노인 더 두텁게 지원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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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호 11면

SPECIAL REPORT

지난 2월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현 제도대로라면 1990년생은 정상적인 국민연금수령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서울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상담 창구.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 현 제도대로라면 1990년생은 정상적인 국민연금수령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비중이 2025년 20.6%로 초고령 사회에 들어갈 전망이다. 2021년 신생아수는 26만 명, 합계출산율은 0.81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초저출산 상황에서 기대여명은 2060년에 90.1세로 증가해 노인인구 비중이 43.8%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 2070년에는 노인인구가 경제활동인구(15세-64세)보다 많게 된다. 경제 환경도 악화돼 5년마다 경제성장률이 평균 1%포인트씩 하락해 왔다.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로 전환되고 성장엔진이 꺼져 2030년대부터는 연 1% 미만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등 인구와 경제 환경 모두 악화되고 있다.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축복 이면에 길어진 노년 시기에 대비해야 할 개인과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세대 노인의 빈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 50%를 빈곤선 기준으로 설정할 때 2020년 전체 빈곤율은 1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반면 노인빈곤율은 38.9%로 극단적으로 높다. 현세대 노인 중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의 이중부담 때문에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했던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 늦게 도입됐고 불안정한 노동시장의 특성상 장기가입이 쉽지 않아 무연금이나 저연금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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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세대 노인의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이 있다. 2022년에 20조원의 예산으로 노인 70%에게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생계급여에서 타급여 우선의 원칙과 보충급여의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먼저 지급하고 생계급여 산정 시 그만큼 감액한다. 보충급여 원칙은 복지제도에 적용하는 보편적 원칙이지만 빈곤노인의 경우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본인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초연금제도가 없을 때의 노인빈곤율은 45.6%다. 기초연금 지급 후의 노인빈곤율이 38.9%인 점을 고려하면 기초연금의 빈곤 개선 효과는 6.7%P에 불과하다. 기초연금 없이도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 있는 노인(24.4%)에게까지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기초연금이 30만원에 불과해 빈곤 기준선 바로 아래에 있는 계층만 빈곤을 벗어날 수 있다. 반면 가장 취약한 빈곤 노인은 기초연금 수급 후에도 여전히 빈곤을 탈출할 수 없다. 따라서 기초연금 지급대상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면서 취약한 빈곤 노인일수록 두텁게 지원하는 제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스웨덴은 전체 노인에게 지급하던 보편적 기초연금을 최저보장연금으로 개편하고 공적연금 기준으로 취약 노인을 선별한 후 보충급여 원칙을 적용해 저소득 노인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독일도 최저소득보장으로 전환하고 취약 노인 위주로 지원해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의 근로 세대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제도는 저부담-고급여 수급 구조 때문에 장기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본인 연구에 따르면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지상등 보험료율은 20.4%인데, 현행 보험료율은 9%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 한 제도로 개혁하기 위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고 수지상등의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40년 가입기준 소득대체율을 30%로 설정하고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제도가 된다.

또 중위소득 수준의 노인이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보충할 수 있도록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근로 세대는 국민연금 외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미래의 노인이 존엄성을 지키면서 행복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 관련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개인은 자조의 원칙 하에 취업 기간에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김상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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