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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 손상 부분만 이식, 거부반응 적고 회복 빨라 활성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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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호 32면

라이프 클리닉

각막은 안구의 표면을 이루는 구조로 안구를 보호하면서 빛이 들어오는 창(窓)의 역할을 한다. 흔히 검은 눈동자라고 얘기하는 각막은 실제로는 투명한 조직이지만 안의 홍채가 비쳐서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검은색으로 보이고 서양인은 푸른색, 회색 등 다양한 색을 띤다. 각막은 다섯 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빛을 통과시켜 수정체를 지나 신경조직인 망막에 상이 맺히도록 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전층 각막이식 때 발생 난시, 렌즈로 교정

각막이 다양한 원인으로 손상되면 투명한 유리창인 각막이 혼탁해지면서 빛이 제대로 통과할 수 없게 돼 시력이 떨어진다. 각막 혼탁의 원인으로는 각막이상증 등의 선천적 요인과 외상, 감염, 원추각막, 안과적 수술로 인한 손상 등 후천적 요인이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각막에 혼탁이 생기면 혼탁 진행을 막기 위해 안약 치료를 하거나 레이저로 혼탁해진 각막 부위를 절제해 볼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영구적으로 각막혼탁이 남으면 각막이식술을 고려해봐야 한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각막은 혈관이 없고 면역반응이 적어 다른 장기에 비해 이식 후 거부반응이 비교적 적은 장기다. 따라서 다른 장기 이식과 달리 수술 후 대부분 안약 점안을 하며 일부만 경구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0년경부터 각막이식이 시행됐는데 유교적인 관념으로 현재도 안구를 포함한 장기기증이 활발하지 않다. 2021년 국내각막 이식술은 363안이었고 그중 서울성모병원(42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됐다. 기다리는 환자에 비해 턱없이 각막기증이 적어 대부분의 수술은 수입각막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작년 한 해 172건으로 국내각막 이식술의 4배가 시행됐다. 각막은 투명한 조직이고 조직학적으로는 국내각막과수입각막은 차이가 없어 수술이 시급한 경우 환자에게 수입각막 이식술을 권유한다. 수입각막은 적어도 한 달 이내에는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각막이 없어 실명하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각막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해 국내각막 이식술보다 3~4배 큰 비용이 발생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각막이식은 약 7~8㎜ 크기의 각막을 오려내고 전체를 이식하는 전층 각막이식이 주로 시행됐다. 최근에는 각막이 손상된 부분만을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이식이 도입돼 각막의 손상 부분에 따라 심부표층 각막이식 및 각막내피 이식을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 각막 하나를 환자 두 명에게 수술하기도 한다. 전층 각막이식은 각막의 여러 층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시행하는데 봉합 과정 중 필연적으로 난시가 발생한다. 이땐 안경이나 하드콘택트렌즈로 난시를 교정할 수 있다. 추후 백내장 수술 시 난시 교정 렌즈를 삽입해 난시를 함께 교정할 수도 있다. 또한 전층을 이식하다 보니 부분층 각막이식보다 이식 거부반응 비율이 높다. 부분층 각막이식은 전층 각막이식에 비해 회복이 빠르며 이식 거부반응이 적은 장점이 있으나 술기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심부표층 각막이식은 각막 기질 전체를 교체하는 수술로 원추각막, 각막이상증 등과 같이 각막 기질에 국한된 병변이 있을 때 시행한다. 각막내피 이식술은 푹스 각막이상증, 안내수술 후 발생하는 수포성 각막병증 등으로 각막부종이 발생한 경우 시행한다. 부분층 각막이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인 경우에도 환자가 각막이식술을 늦게 결정하면 각막의 다른 층에도 문제가 생겨 전층 각막이식술을 시행해야 한다. 따라서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막이식술 합병증으로는 다른 안구 수술과 마찬가지로 감염, 일시적인 안압 상승, 망막박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수술과 달리 수술 후 거부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평생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억제 안약을 점안해야 이식편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식거부반응은 면역 매개 염증반응으로, 빠르면 수술 3주 후부터 나타날 수 있으며 3년까지 주로 발생하고 드물지만 2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기증 적어 수입각막 많이 써, 비용 3~4배

이식거부반응의 주증상으로는 충혈, 시력저하, 눈 통증이 있다.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식 거부반응이 초기에 진단되면 고용량 스테로이드 등의 면역억제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늦어지면 결국 이식편의 생존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상에 대해 인지하고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각막주변부 윤부줄기세포가 손상된 경우 윤부줄기세포이식술을 함께 시행해야 이식된 각막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최소 3년간 전신 면역억제제를 같이 투여해야 한다.

각막은 안구 구조물 중 유일하게 이식이 가능한 부위다. 망막이나 시신경에 비가역적 손상이 있으면 현재로써는 치료방법이 없으나 각막만큼은 이식이라는 최후의 치료가 남아있으며 여러 번 시행할 수 있다. 이식 전 각막질환에 따라 3년부터 20년까지 이식각막의 수명이 결정된다. 이식각막을 투명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약을 잘 점안하고 지속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이식각막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각막이식은 각막 문제로 시력을 잃은 이들에게 새 삶을 안겨준 수술이다. 국내 각막이식술은 수입각막으로 이식하는 경우가 국내각막을 이식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예전과 달리 각막이식술기는 많이 발전해 시력 회복을 포기했던 환자들도 각막이식술로 시력을 찾을 수 있고 입원도 오래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를 겪으면서 국내 장기기증은 많이 위축됐다. 많은 이들이 안구 기증에 관심을 갖고 양안 시력 저하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소향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교수, 199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 Black Stem Cell Institute에서 교환교수로서 난치성 실명질환의 원인인 윤부줄기세포결핍질환 치료에 대한 줄기세포 연구를 시행했고 국내 최초로 윤부줄기세포를 이용한 자가윤부유래상피판 이식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중증 백내장, 각막이식, 시력교정술이 전문분야다. 아시아태평양 백내장 굴절수술학회 최우수포스터상, 세광학술상 금상, 대한안과학회 우수구연상, 아시아건성안학회 최우수포스터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총무이사, 2022 아시아태평양 백내장 굴절수술학회 사무총장, 한국건성안학회 학술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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