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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근대·현대건축 하나로 꿰는 629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4호 20면

서울건축사

서울건축사

서울건축사
임석재 지음
미진사

지금껏 한국 건축사는 원시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이야기만 주로 담아냈다.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 건축사를 정리하고 해석해주는 작업은 드물었다. 특히 조선 시대 이전의 경우 남아 있는 실제 건축물이 거의 없다 보니 과거는 다소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재적 관점에서 봤을 때 과거의 도시와 현재의 도시는 이어져 있기보다 단절된 듯 느껴졌고, 도시에서 부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은 지금 바로 옆에 존재하는 건축물을 통해 서울의 뿌리를 짚어보게 한다.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출발한 서울의 건축사가 조선 시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1934~1880), 근대(1880~1990), 현대(1990~2022)에 이르기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살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지금껏 60여권의 저서를 낸 건축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위해 2000여채의 건물을 답사했고, 400여채를 선별해 분석했다. 단편적인 공간 소개가 아니라, 각 건축물이 가진 시대적 의미를 살피며 현재와 연결하게 한다.

조선 시대는 629년 서울의 역사 가운데 518년을 차지한다. 저자는 개별 문화재 중심으로 보던 조선의 건축을 건축활동을 주도적으로 했던 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태조, 태종과 세종, 문종 이후 등으로 분류해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살핀다. 조선의 수도 한양의 1호 시설은 1395년 준공된 종묘와 사직단이었다. 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법궁인 경복궁보다 한 달 앞서 지어졌다.

조선 시대 전통건축이 끝나는 시점을 1910년이 아닌 1880년으로 보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1880년 이후 고종 후기의 건축활동을 근대기로 보는데, 개화기를 맞아 서양 건축이 등장하면서 대전환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돌 대신 벽돌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비대칭적인 공간이 대칭적으로 바뀌는 등 이전과 다른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때 비폭력 문화 운동으로 민족건축 건립이 강조되기도 했다. 강북구 봉황각, 종로구 조계사, 건국대학교 박물관(옛 서북학회회관) 등이 그 당시 지어진 건물이다. 서울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울 도시건축의 종합보고서’나 마찬가지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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