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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주렁 홍시와 말벌집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4호 19면

WIDE  SHOT

와이드샷 11/19

와이드샷 11/19

절기는 어느덧 입동(立冬)을 지나 소설(小雪)을 향하고, 추수를 끝낸 농촌은 겨울 채비로 분주합니다. 추수가 끝난 논에서는 겨우내 소의 양식이 될 볏짚을 챙기고, 남새밭에는 속이 꽉 찬 배추와 무가 김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데 무슨 일인지 마을 어귀 감나무는 따기를 포기한 듯 아직도 홍시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습니다. 딱딱할 때 수확해 곱게 깎아 말려 곶감을 만들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궁금증은 금세 풀렸습니다. 새빨간 홍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커다란 말벌집 때문입니다. 농구공보다 커 보이는 벌집에는 새끼손가락만 한 말벌들이 붕붕 소리를 내며 연신 드나듭니다. 주인장 속이야 타든 말든 불청객 말벌 덕분에 까치는 횡재를 한듯합니다. 한두 개가 고작이던 까치밥이 올해는 나무 한 그루가 통째 생겼으니까요. 이 마을 까치들은 달고 풍성한 겨울이 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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