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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KT·LG유플서 5G 주파수 회수… 정부 “신규 사업자에 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년 넘게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기지국 구축을 미루던 이동통신사들이 할당받았던 주파수를 반납하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KT와 LG유플러스에 할당한 28㎓ 주파수에 대해 할당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주파수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처분을 받았다. 통신사들이 할당시 약속한 기지국 구축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이행 의지도 부족하다고 본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주파수 할당 취소를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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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 점검 결과 SK텔레콤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을, KT와 LG유플러스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통신 3사로부터 할당조건 이행 실적을 제출받은 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평가 위원회가 현장과 자료 검토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박 차관은 “과기정통부가 관여하지 않는 독립적인 평가 위원회에서 나온 결론을 정부가 집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중 통신3사 대상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처분이 확정될 예정이다.

기지국 구축 얼마나 안 했길래

통신 3사 모두 28㎓ 대역 기지국 구축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2018년 주파수 할당 당시, 통신사들은 3년 차까지 각사별로 3.5㎓ 대역에 기지국 2만2500개를, 28㎓에 1만5000개를 설치할 의무를 함께 받았다. 그러나 점검 결과 지난해 12월말까지 LG유플러스는 842개, SKT는 595개, KT는 570개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통신3사가 구축해야 할 총 4만 5000개 중 약 4%만 채운 것.주파수 할당 공고의 제재 기준에 따르면 의무수량 대비 구축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정부는 주파수 할당을 취소할 수 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5G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SKT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KT와 LGU+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5G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SKT에는 이용 기간 10%(6개월) 단축, KT와 LGU+에는 할당 취소 처분을 각각 통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앞서 통신3사가 주파수 할당 취소 위기에 놓이자, 정부는 3사가 공동구축한 28㎓ 5G 기지국을 각 사별로 중복 집계하는 것도 허용했다. 그럼에도 3사의 총 기지국 개수는 5059개, 이행률은 11.2%에 불과했다. 간신히 기준선을 넘긴 수준. 그러나 각사 평가 점수에서 KT(27.3점)와 LG유플러스(28.9점)가 30점을 넘기지 못하면서 할당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SKT는 30.5점으로 겨우 할당 취소를 면했다. 그러나 SKT도 내년 5월말까지 1만5000개를 다 설치하지 않으면 주파수도 회수 대상이 된다. 최종적으로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3사가 각 2070억원씩 납부한 주파수 할당 대가도 돌려받지 못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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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 28㎓라는 계륵: 5G의 28㎓ 대역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이론상 20배 빠르다. 이 때문에 통신3사가 5G를 출시할 때도 이 점을 적극 광고했다. 그러나 현재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5G는 이론적으로 LTE의 4배 속도에 불과한 3.5㎓ 대역이다. 통신사들이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도 수익성이 좋은 3.5㎓ 중심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28㎓ 대역은 전파의 도달 범위가 짧고, 장애물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통신 장비를 더 촘촘하게 세워야 해 구축 비용이 늘어난다. 게다가  28㎓ 할당 당시 기대했던 기업간거래(B2B) 수요가 거의 없어 수익 모델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행 계획대로 28㎓ 기지국을 세우려면 최소 수천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데, 통신사는 이미 주파수 할당 비용을 회계상 손상 처리하고 있다.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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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라는 기회: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미래 산업 인프라를 위해 28㎓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8㎓는 3세대 이동통신(3G)ㆍLTE 통신보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다른 무선 통신의 간섭을 덜 받는 장점이 있다. 인파가 밀집한 경기장이나 쇼핑몰 등에서도 끊김 없이 영상 전달이 원활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메타버스나 가상·증강현실(VR·AR)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려면 28㎓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 차관은 “미국과 일본은 통신 사업자들이 28㎓ 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일본 이통4사는 7월까지 28㎓ 기지국을 2만2000개 구축했으며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올해 말까지 4만5000개를 구축할 예정이다.

◦ 이통2사+α: 정부는 이번에 회수한 28㎓ 주파수 두 개 중 하나는 기존 통신사 아닌 신규 사업자에 할당할 방침이다. KT나 LG유플러스 중 한 곳은 28㎓ 주파수를 못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이음5G(특화망) 사업자인 네이버 등의 플랫폼 기업이 신규 사업자로 주파수를 할당 받는다면, ‘통신2사+플랫폼1사’ 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름5G는 이통사의 전국 통신망 대신 기업이나 기관이 특정 건물에 5G 장비를 설치해 사용하는 5G 특화 통신망이다.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가 주파수 이용 단위를 전국 또는 지역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돕는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이음5G 사업을 하다 보면, 광대역으로 발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랑 무슨 상관

국내엔 일반 소비자용 28㎓ 단말기가 없기 때문에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로 소비자들이 겪는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통신3사가 28㎓ 주파수를 활용한 서울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를 구축한 상황이라,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면 해당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SKT는 2·8호선, KT는 5·6호선, LG유플러스는 5·7호선에 28㎓ 주파수 초고속 와이파이를 구축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도록 최대한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홍진배 실장은 “(2㎓ 기지국 구축이 안 되면) 현재 소비자들보다는 미래 소비자의 이익이 저해될 것으로 보인다”며 “28㎓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활성화 대책,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해서 28㎓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사는 뭐래

정부의 초유의 결정에 업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과거에도 할당 취소 위기가 있었지만 구축 기간을 사실상 유예해 주거나 공동 구축 기지국을 중복 인정해주며 넘어갔기 때문. 통신사는 “우리도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LG유플러스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통3사 중 가장 많은 구축 활동을 진행했고, 특히 이행실적 제출 시 지하철 와이파이 확대 계획을 제출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3개 사업자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KT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프라 조성 수준이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취소 처분을 피한 SKT도 속내는 복잡하다. 6개월 안에 3년 동안 구축했던 것의 20배 가까이의 기지국 수를 추가하는 건 무리라는 평가가 많기 때문. 게다가 SKT는 3.7㎓ 인접대역 주파수 할당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SKT는 “이번 정부 조치의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사업 방향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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