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거래라는 객관적 진실이 있었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자백과 그 관계인 증언, 노무현과 부인·아들·딸의 진술, 계좌추적 결과, 정황적 증거를 모두 종합해 보면 노무현에게 ‘혐의 없다’고 판단하기는 불가능했다.”
대검찰청 고위직에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존칭 생략) 수사를 지켜본 A의 증언이다.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은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여론 수렴을 거쳤고, 노무현의 소환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간부회의에서 불구속에 반대하는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던 점에 근거해 불구속에 방점을 뒀다. 불구속 기소를 결단한 배경을 A가 설명했다.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임채진은 불구속 기소로 마음을 굳혔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뇌물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직전 대통령에게 쇠고랑을 채우는 모양새(구속)는 국격(國格)을 실추시킨다고 걱정했다. 노무현이 ‘돈거래를 퇴임 후에 알았다’고 맞서고 있으니 방어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혐의 없다고 판단하기는 불가능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노무현의 부인·아들·딸을 모두 ‘참고인’으로 선을 긋고 노무현 한 명만 사법처리키로 했다. 600만 달러와 시계 2억원이 그의 가족에게 넘어갔지만 “노무현을 보고 준 돈”이라는 박연차의 진술과 관련 증거를 근거로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박연차의 거액은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있는 일종의 금품 로비라고 봤다. 40만 달러 의혹은 밝혀지지 않아 혐의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사의 최종 단계로서 소환조사를 마치자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중 신병처리를 결정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