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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남매 엄마에서 美 권력서열 3위 오른 첫 여성, 펠로시 하원의장직 내려 놓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부 선거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오른쪽 샂진은 펠로가 첫 의장 임기를 시작한 2007년 1월 모습.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7일(현지시간) 민주당 지도부 선거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오른쪽 샂진은 펠로가 첫 의장 임기를 시작한 2007년 1월 모습.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이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미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하원의장인 펠로시는 17일(현지시간) 하원 민주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 부재 시 부통령 다음으로 권력 승계 서열 3위인 펠로시의 발표로 미국 정치권에서 세대교체가 가속할지 주목된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하원 연설에서 "다음 회기 의회에서 민주당 지도부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가 제가 매우 존경하는 민주당을 이끌 때가 왔다"고 밝혔다.

펠로시는 2020년 중간선거 때 앞으로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2022년을 끝으로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남편 폴 펠로시가 자택에서 망치를 든 괴한으로부터 습격당한 사건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는 2006년 첫 여성 하원의장에 선출돼 2007~2011년까지 4년을 재임했다. 이후 하원 권력이 공화당으로 넘어가자 2011~2019년까지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자 펠로시는 다시 하원의장 선출에 도전해 두 번째 하원의장 임기(2019~2023년)를 지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역사는 그녀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하원의장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인 오바마 케어를 통과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하원의장 재직 중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 차례 시도한 민주당 내 '전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020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연설문을 찢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020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연설문을 찢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마치자 그 뒤에서 연설문을 북북 찢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펠로시에게 "미친 낸시(Crazy Nancy)"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최고위 관료로서 대만을 방문해 양안 관계에 긴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앞서 4년 차 하원의원 시절인 1991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이들을 위하여"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기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펠로시는 하원의장직에서 내려오지만, 여전히 민주당 지도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남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CNN은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1987년 치러진 특별선거에서 13명의 후보와 경쟁한 끝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자녀 5명을 둔 가정주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게 그의 나이 47세 때였다.

펠로시 의장은 "당선됐을 때 민주당에 여성 하원의원이 12명이었는데 지금은 90명"이라며 정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 후임으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에는 하킴 제프리스(52) 의원이 유력하다.

펠로시 의장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하원의원과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아버지를 도우며 정치를 배웠다. 1969년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민주당 정치인들 위한 자금 모금에 관여하다가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1987년 치러진 특별 선거에서 13명 후보와 경쟁해 당선된 이후 30여년간 그에게 도전장을 낸 후보는 거의 없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19번째 하원의원에 당선된 펠로시 의장은 평의원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펠로시와 각을 세웠던 폭스뉴스는 "한 시대가 저물다(End of an era)"는 제목을 내보냈다.

82세인 펠로시의 2선 후퇴로 워싱턴에서 '고령 정치' 양상이 바뀔지 주목되다. 오는 주말 80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에 대통령 선거 재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76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2024년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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