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전 10시 15분쯤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00㎞, 고도는 약 6100㎞, 속도는 마하 22(약 시속 2만 6928㎞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11시 23분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오시마오오시마(渡島大島) 서쪽 약 210㎞ 바다에 떨어졌다. 비행시간은 68분(일본 측 발표 69분). 낙탄 지점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이다.
이날 북한의 ICBM은 지난 3월 24일 ICBM과 거의 비슷한 궤도로 날았다. 당시 북한의 ICBM은 사거리 1080㎞ㆍ고도 6200㎞ㆍ속도 마하 17을 기록하면서 일본 홋카이도 오시마(渡島) 반도 서쪽 약 150㎞ 해역에 낙하했다.
북한은 발사 다음 날인 3월 25일 관영매체를 통해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에 처음 나타난 화성-17형은 길이가 22∼24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미사일이다. ‘괴물 ICBM’이라고도 불린다.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2017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화성-17형으로 분석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날 ICBM에 대해 “정상각도(30~45도)로 쏘면 최대 1만 5000㎞를 비행할 미사일”이라며 “이 정도 거리면 북한 아무 데서나 발사해도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일본 방위상도 “비행 궤도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탄두와 중량 등에 따라 사거리가 1만 5000㎞를 넘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사거리 1만 5000㎞급 미사일 개발에 역점을 뒀다. 지난해 1월 5∼7일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만 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제고해 핵선제ㆍ보복타격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보고했다.
화성-15형은 사거리가 1만 3000㎞ 정도다. 이 미사일로도 “사거리 면에서 워싱턴까지 도달 가능”(국방부)하다. 그런데도 북한이 더 긴 사거리의 미사일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 때문이다.
아시아 대륙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때 북극을 지나가는 게 지름길이다. 그래서 미국은 냉전 시대부터 북극과 가까운 알래스카주에 장거리 탐지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엔 최신형인 탄도미사일 방어용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를 알래스카주에 설치했다.
미국은 알래스카주에 적국의 ICBM을 파괴할 수 있는 지상기반 요격미사일(GBI)까지 배치했다. 캘리포니아주에도 GBI를 전개했지만, 주력은 알래스카주에 있다. 권용수 전 교수는 “1만 5000㎞급 미사일이라면 북극을 빗겨 날아도 미 본토 어느 곳이라도 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아직 ICBM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ICBM이 실질적 위협으론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ICBM 탄두를 대기권 밖에서 터뜨려 나오는 전자기펄스(EMP)로 미 중심부의 지휘통제체계는 물론 전자기기를 망가뜨려 경제를 석기 시대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
한편 한ㆍ미는 이날 오후 북한의 ICBM 도발에 대응 차원에서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동원해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타격훈련과 연합 공격편대군비행을 실시했다.
한국 공군 소속의 F-35A는 강원도 필승 사격장에서 정밀 유도폭탄인 GBU-12 페이브웨이로 TEL 모의 표적을 정확히 때렸다고 합참이 밝혔다. 또 한국 공군의 F-35A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가 동해에서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짜 비행했다. 스트라이크 패키지(공격편대군)은 단일 공격 임무를 위해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항공기로 꾸려진 편대의 집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