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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MBC 배제는 헌법수호"…이 발언 뒤 용산청사 싸움판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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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외교주간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성원 덕에 연속되는 중요 외교행사를 무난히 진행했다.”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처음 진행한 18일 출근길 도어스태핑(약식문답)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의 외교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려 했다. 순방 출발 전인 지난 10일 이후 8일만에 이뤄진 도어스태핑이었다. 모두발언에서부터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면담 결과를 공세적으로 소개했다.

먼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북핵에 대한 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 기후보건 같은 글로벌 이슈에도 3국이 함께 한다고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선 “무난하게 잘 진행됐다”고 했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전날 한남동 관저 회담에 대해서도 “국가 정상의 개인적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별도 의미가 있기에 어제 굉장히 기분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교'는 거기까지였다. 그 다음은 국내적 논란들, 그중에서도 ‘MBC 전용기 탑승 배제’가 이날 출근길의 최대 화두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가 선택적 언론관이 아니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자유롭게 비판하시기 바란다. 언론, 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있다”면서도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도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4개의 기둥”이라며 “예를 들어 사법부가 사실과 다른 증거를 조작해서 판결했다고 할 때 국민 여러분께서 사법부는 독립 기관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더구나 그것이 국민의 안전보장과 관련된 것일 때에는 그 중요성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길게 답했다.

 이에, 대통령실 취재를 담당하는 MBC 기자가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단 거죠”라고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도어스테핑 장소가 싸움판으로 변한 건 그 직후였다. 그곳에 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가시는 분 뒤에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느냐”는 지적하자 MBC 기자가 “질문도 못 하느냐”고 맞받았다.

▶MBC 기자= “질문하라고 단상 만들어 놓은 거 아니에요.”
▶이 비서관= “말씀 끝났잖아.”
▶MBC 기자= “반말하지 마세요.”
▶이 비서관= “말꼬리 잡지 마세요.”

 MBC 기자는 지난 9월 말 뉴욕 순방 당시 제기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영상이 있는데 뭐가 악의적이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후에도 “아직도 이러네”(이 비서관), “여기가 군사정권이에요?”(MBC 기자), “왜 군사정권이란 말이 나와요”(이 비서관) 등 설전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여기에 대변인실까지 가세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10가지 사유를 들어 반박에 나섰다. “음성 전문가도 확인하기 힘든 말을 MBC가 자막으로 만들어 무한 반복했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했다”, “마치 대통령이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화해 한미동맹을 노골적 이간질했다. 이게 악의적”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이날 문답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순방 기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 매체 기자 둘을 따로 불러 면담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답했다.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개인적인 일입니다. 취재에 응한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전용기는 공적인 공간이지 않나’라는 거듭된 질문에는 “(다른 질문) 또 없으십니까”라고 즉답을 피했다.

 어쨋든 외교 성과를 홍보하려던 윤 대통령의 도어스태핑 자리는 현안 관련 논란이 증폭되며 엉망이 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29%, 부정평가는 61%로 각각 집계됐다. 긍정평가는 한 주 전 조사(8∼10일)보다 1%포인트(30%→29%)하락했고, 부정평가도 1%포인트 하락(62%→61%)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스페인 공동언론 발표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스페인 공동언론 발표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긍정 평가 이유는 '외교'(12%), '전반적으로 잘한다'(10%),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국방 안보'(이상 9%), '공정·정의·원칙'·'주관·소신'(이상 5%) 등 순이었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는 '외교'·'전반적으로 잘못한다'·'경험과 자질 부족, 무능함'(이상 9%), '경제와 민생을 살피지 않음'·'이태원 참사 대처 미흡'(이상 8%), '인사'(人事)·'소통 미흡'·'독단적·일방적'(이상 6%), '언론탄압·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공정하지 않음'·'통합과 협치 부족'(이상 3%) 등이었다.

갤럽은 "긍·부정 평가 이유로 '외교'가 최상위로 부상해 취임 후 세번째 순방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상반된 시각을 반영했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순방이 윤 대통령 지지율에 수치적으로는 플러스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 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수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조)

◇한·스페인 정상회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전략적 동반자 관계 내실화 방안’이 담긴 공동언론발표문을 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 간 상호 투자 진출 협력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 태양력·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미래전략산업으로 확대되는 것을 환영하고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양국이 아프리카·중동 등 제3국에서 건설사업을 공동 수주해온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양국 수출금융기관 간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돼 양국 기업의 공동진출 기반이 더욱 강화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앞으로 더 다양한 협력 부문에 있어서의 가능성도 많다”며 한·스페인 경제포럼, 삼성 반도체 플랜트 방문 등을 언급했다. 특히 “반도체는 세계 경제에서 매우 핵심적인 분야”이라 “스페인은 앞으로 이 분야에 있어 더 많은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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