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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육파이 부인' 된 전미도 "다들 채송화로만 알아 서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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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미도가 내달 1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러빗부인 역할로 6년만에 돌아왔다. 사진 오디컴퍼니

배우 전미도가 내달 1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러빗부인 역할로 6년만에 돌아왔다. 사진 오디컴퍼니

“인육 파이를 만들어 파는 러빗 부인을 옳다고 손들어줄 수 없지만, 어쩌면 나도 저 사람이 될 수 있다.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이란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배우 전미도(40)가 다음달 1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로 무대 복귀한다. ‘스위니토드’는 브로드웨이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으로, 불법과 공포가 판치던 19세기 권력가에게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억울한 옥살이 끝에 15년 만에 돌아온 이발사 스위니토드의 광기 어린 복수를 그렸다.
전미도는 스위니토드를 돕기 위해 인육 파이를 만들게 되는 파이 가게 주인 ‘러빗 부인’이 됐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에서 공동 주연한 배우 김지현, 배우 린아와 트리플 캐스팅됐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저를 다들 채송화(‘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주인공)로만 아셔서 좀 서운했다. 현명하고 좋은 성품의 채송화 이미지와 정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해 올해 17년 차인 그는 2년 전부터 TV 드라마에 도전했다. 첫 드라마 주연을 맡은 ‘슬의생’ 시즌1‧2(2020~2021)에서 똑 부러진 의사 채송화 역할로 아시아콘텐츠어워드(2020)‧APAN스타어워즈(2021) 등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어 ‘서른, 아홉’의 씩씩한 시한부 암환자 정찬영까지 밝은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블랙코미디인 줄 알았는데…나이 드니 이해돼"

뮤지컬 '스위니토드'(2022) 러빗부인 역의 전미도 캐릭터 포스터. 사진 오디컴퍼니

뮤지컬 '스위니토드'(2022) 러빗부인 역의 전미도 캐릭터 포스터. 사진 오디컴퍼니

무대에선 다채로운 연기를 해왔다. 2008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상을 받은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재판에 회부된 수녀 아그네스부터 뮤지컬 ‘베르테르’의 롯데, ‘영웅’의 안중근 의사를 돕는 중국 소녀 링링, ‘어쩌면 해피엔딩’에선 인간에게 버려진 채 사랑에 눈뜨는 인공지능 로봇 등이다. ‘스위니토드’의 러빗 부인은 2016년 초연에 참여해 이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역할이다.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 손드하임 작품을 19편 연출한 미국 연출가 에릭 셰퍼가 다시 함께했다.

“고향에 온 것 같다”는 전미도는 “(러빗 부인의) 그 앞치마를 두르면 이상하게 종종걸음으로 걷고 허리도 구부정해지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하게 된다”며 웃었다. 또 “나이가 들수록 익어가는 작품이다. 어제 런(프로그램 점검을 위한 예행연습)을 돌았는데 6년 전엔 본능적, 감각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인간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생겼다”고 했다.
“예전엔 블랙코미디라 생각했는데, 이젠 러빗 부인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깨닫게 됐죠. 여자 혼자 장사도 안 되는 파이 가게를 하며 힘겹게 살다가 예전에 흠모했던 스위니토드가 돌아오자, 그와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욕망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이해됐어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전미도 사진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전미도 사진tvN

음악에 대해선 “손드하임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곡가지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곡은 아니다. 변박으로 박자가 쪼개지고 맞는 음인지 틀린 음인지 헷갈릴 정도로 애매한 음이 많아 처음 듣는 분들은 좋다고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런데 여러 번 듣다 보면 인물이 말하고자 하는 정서가 박자에 ‘수학적으로’ 정확히 담겨있다. 연기하며 숨은 뉘앙스를 찾을 때마다 미칠 것 같이 소름이 돋는다. 이 작품이 더 욕심나는 이유”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1막 마지막의 ‘리틀 프리스트’. “스위니토드와 러빗의 유일한 듀엣이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드가러빗을 보며 웃어주고 농담을 받아줘요. 7분 넘는 긴 곡인데 주거니 받거니 배우끼리 애드리브하며 웃음이 터지기도 해요. 초연 첫 공연 때 그렇게 1막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박수를 잊을 수 없어요.”

"조승우와 '뮤지컬계 최불암·김혜자'? 다른 배우도 있죠"

2016년 뮤지컬 '스위니토드' 초연 당시 스위니토드 역 조승우와 러빗부인 역 전미도. 사진 오디컴퍼니

2016년 뮤지컬 '스위니토드' 초연 당시 스위니토드 역 조승우와 러빗부인 역 전미도. 사진 오디컴퍼니

그는 러빗 부인을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시대, 먹고 살기 위해 남을 해쳐야 했던 시대의 절박한 여자”로 설명했다. “러빗 부인의 얻고자 하는 욕망, 집요한 면이 저도 있다. 우리 안에 다 그런 탐욕스러움이 있지 않나”라면서다.
그는 “30대를 지나면서 사회적으로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입시켜서 연기해보게 됐다. 사람을 만나면 다양한 면을 보고 심리를 캐치하려 노력한다”면서 “러빗 같은 캐릭터를 한국의 현실에서 직장 상사랄지, 묘한 시기심, 탐욕스러움, 인간의 이중성을 가진 현실적 인물로도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출연 작품마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 좋아 한번 함께한 배우는 여러 번 같은 무대에 서기도 하는 그다. 뮤지컬 ‘닥터 지바고’ ‘베르테르’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토드’(초연) 등에 함께 출연한 조승우와는 ‘뮤지컬계 최불암과 김혜자’로 통한다.
전미도에 따르면 이번 ‘스위니토드’의 표제 주인공 트리플 캐스팅(신성록‧이규형·강필석) 중 한 명인 배우 강필석과도 팬들 사이에서 같은 별명으로 불린단다. 그는 “호흡을 많이 맞추다 보니 재밌는 애칭이 붙은 것 같다.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은 내년 3월 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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