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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파노 아니라 젤소미나가 영화 '길'의 감독과 닮은꼴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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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펠리니

툴리오 케치치 지음
한창호 옮김
볼피

이 책의 저자가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를 처음 만난 건 1952년. 영화전문기자인 저자는 당시 시나리오 작가이자 공동연출작까지 내놓은 펠리니가 감독에 썩 어울린다고 보진 않았다. 이 직업에 필요한 성격, 이를테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선원들을 명령하는 콜럼버스" 같은 면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첫인상과 달리 펠리니는 '길'(1954) '달콤한 인생'(1960) '8과 1/2'(1963) 등 여러 걸작과 함께 영화사의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하나가 됐다. 이 평전은 그림 재주가 남달랐던 어린 시절, 로마에서 신문 기고가로 일하던 젊은 시절을 포함해 그 삶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생생히 전한다. 특히 작품마다 기획과 제작 과정, 평단과 대중의 반응을 상세히 전하며 동시대 사회정치적 흐름까지 드러낸다.

흥미로운 디테일도 많다. '8과 1/2'은 누가 봐도 자전적 이야기인데, 주인공 직업을 영화감독으로 정한 건 마지막 순간의 결정이었단다. 또 '길'에서 펠리니가 동일시한 인물이 잠파노(안소니 퀸)가 아니라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지나)였다는, 펠리니의 아내이기도 한 줄리에타 마지나의 해석도 흥미롭다. 두툼한 책이지만 주저함 없는 문체 덕에 잘 읽힌다. 부제 '꿈과 기억의 주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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