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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개선보다 위기관리"...中·日정상회담, 대만 문제에 평행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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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동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에서 팽팽히 대립하며 좁히기 어려운 간극을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성과보다는 위기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찾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 주석이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기다렸고, 기시다 총리가 들어오자 "니하오"하고 인사하며 맞이했다. 이어 시 주석이 "(방콕에) 어제 왔느냐, 오늘 왔느냐"고 물었고 기시다 총리가 "오늘 도착했다"고 하자 "나도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온화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회담은 40분 정도 이어졌다. 주요 의제는 안보 문제였으며 특히 양국의 영유권 갈등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있는 동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양측 정상이 공방을 주고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오키나와현·센카쿠 제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와 중국의 탄도 미사일 발사 등 일본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군사적 활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시 주석에) 전달했다"며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역시 강조했다"고 말했다. 최근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해경의 일본 영해 진입이 이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항의했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어떠한 내정 간섭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강고한 입장을 보였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전했다. 시 주석은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 문제는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의와 관련된다"고 강조한 뒤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대만에 접근하는 일본의 행보를 견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시작하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회담을 시작하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회담에서 중요 현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가 뚜렷하게 부각된 만큼 뚜렷한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망했다. 단, 센카쿠 열도 등에서의 우발적인 충돌 등 군사적 위기를 피하기 위한 토대는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양측은 그동안 멈춰있던 '일중(중일)안보대화'를 재개하고 방위 당국 간 핫라인도 조기에 운용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정상을 포함해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고 '친중파'로 알려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의 중국 방문도 조율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회담에 대해 "일본과 중국의 핫라인이 거의 끊어진 상황에서 대립 회피나 관계 개선을 위한 스타트라인에 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일본이 방위력을 증강하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해가는 상황에서 대일 관계를 일정 정도 안정화시켜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유엔 안보리 이사회를 포함해 중국이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의견을 시 주석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만난 이후 약 3년 만에 개최됐다.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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