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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 등산룩’, 중국 2030세대 일상복 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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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세대 아재 패션, 엄빠(엄마·아빠의 줄임말) 세대의 일상복으로 대변되던 아웃도어 룩이 요즘 20·30세대에서 인기다.

이런 현상을 두고 중국 매체 36kr은 "지하철에서 보는 20·30세대 젊은이들이 회사로 가는지, 캠핑장으로 가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요즘 중국 지하철 출퇴근 시간의 풍경을 묘사하며 "젊은이들은 코듀로이 바지, 낚시 조끼로 통용되는 멀티 포켓 조끼, 부츠에 이르기까지 아웃도어 의류 아이템을 활용해 개성과 스타일을 표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한 관심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슈(小紅書)가 발표한 2022년 10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는 아웃도어 라이프(山系生活)가 포함됐다. 약 2년간 팬데믹으로 제한됐던 야외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캠핑, 글램핑, 등산, 서핑, 프리스비에 이르기까지 야외활동의 종류도 방식도 다양해지고 세분됐다. 이와 더불어 아웃도어를 제대로 즐기면서 멋까지 낼 수 있는 옷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天猫)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6.18 프로모션에서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콘셉트로 한 기능성 의류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처럼 믹스 매치해 입는 고프코어(Gorpcore)가 젊은 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과정과 현상을 중국 상업 빅데이터 분석회사 DT 재경(DT 财经)이 분석했다.
*고프코어란? 야외 활동 시 체력 보충이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챙겨 먹는 믹스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와 평범한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을 의미한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바람막이(冲锋衣), 외투(外套), 조끼(马甲)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 [출처 36kr]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 [출처 36kr]

올가을, 아웃도어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캐나다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가 고프코어를 추구하는 중국 중산층을 사로잡았다. 타오바오의 아크테릭스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2600위안(약 49만 원)에서 6400위안(약 121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바람막이가 금방 동났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트렌드 세터, 유명인들이 아크테릭스 제품을 힙하게 믹스매치하며 활용하자, SNS 반응 속도가 빠른 MZ 세대에게도 그 영향력이 전파된 것. 아크테릭스뿐만 아니라 피엘라벤, 살로몬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향한 수요도 많아졌다.

아웃도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거친 야외활동에도 쉽게 찢어지거나 훼손되지 않는 기능성 원단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방수와 방풍 기능은 물론 투습성을 겸한 고어텍스(GORE-TEX), 보온과 방풍 기능을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윈드 스토퍼(Wind stopper), 땀을 신속하게 배출하고 건조해 주는 흡습 속건성 소재인 쿨맥스(Coolmax) 등 다양한 첨단 소재가 아웃도어 의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야외활동 시 신체를 보호하고, 외부 변수에 강한 카고 바지, 버킷 햇, 워커, 트레킹화 등 일상에서 소화할 수 있는 가벼운 아웃도어 제품도 인기다.

자유로운 탈부착, 레이어드 가능해 '미학'과도 공존

고프코어룩의 특징은 기능성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미학과의 공존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당장 산을 오를 것 같은 등산 룩처럼 보이지 않고 산까지 갔다가 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에는 시티 룩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웃도어 룩은 대부분 날씨나 환경에 맞게 탈부착이 가능하게 제작돼 한 가지 옷으로 다양한 레이어드가 가능하다. 특히 아웃도어 룩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멀티 포켓, 체형을 커버해 주는 입체 패턴, 톤 온 톤 패치워크는 심심한 아웃도어 룩에 변주를 주는 요소로 활용된다.
2017년만 해도 해외 패션 미디어 더 컷(The Cut)은 아웃도어 룩을 두고 'much of it is rather defiantly ugly(대부분은 좀 추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불과 5년 사이 아웃도어 룩은 기능성이라는 본질을 다하면서 놈코어(normcore), 미니멀 등 20·30세대가 좋아하는 요소를 디자인에 잘 결합해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 [출처 36kr]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 [출처 36kr]

아웃도어 수요에 맞춰 진화하는 브랜드

고프코어룩에 대한 20·30세대의 인식이 변화하자, 의류 브랜드 역시 새로운 아웃도어 라인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이고 아웃도어 장비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아웃도어 의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노스페이스의 중국 현지 브랜드는 어반(도시형) 아웃도어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어반 텍스처(Urban Texture)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푸마셀렉트(PUMA SELECT)도 2022년 겨울 시즌을 앞두고 아웃도어 라인 출시를 기획 중이다. 중국 스포츠 웨어 브랜드 ‘리닝’은 지난해 뉴욕의 스트리트 브랜드 '차이나타운마켓'과 손잡고 어반 아웃도어 시리즈를 론칭했다.

중국 애슬레저 브랜드 베네언더(蕉下·Beneunder)의 아웃도어 스타일 [출처 베네언더 공식홈페이지]

중국 애슬레저 브랜드 베네언더(蕉下·Beneunder)의 아웃도어 스타일 [출처 베네언더 공식홈페이지]

기존 의류 사업을 하지 않던 업체도 아웃도어 의류 열풍에 편승해 새로운 제품군을 내놓는 추세다. 중국 로컬 캠핑 장비 기업 무가오디(牧高笛·MOBI GARDEN)은 2020년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모비빌라(Mobi Villa)를 론칭했으며 속옷 브랜드 바나나인(蕉内·Bananain)도 자외선 차단 의류를 아웃도어 라인에 포함했다. 아웃도어 룩과는 성격이 다소 다른 중국 애슬레저 브랜드 베네언더(蕉下·Beneunder)는 중국 내 어반 아웃도어 업계의 큰 축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중국의 1인당 스포츠 웨어 및 아웃도어 제품 소비가 신발 및 의류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 백패킹, 하이킹 등 아웃도어 신(Scene) 외에도 출퇴근, 쇼핑, 외출 등 일상생활에서 아웃도어룩의 활용도가 높아진 결과다.

샤오훙슈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캠핑, 패들보드, 프리스비에 대한 언급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배, 5배, 6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2030세대에 아웃도어 스타일의 부상은 복잡하고 삭막한 도시를 일시적으로 탈출하고자 하는 도시인의 욕구와도 맞닿아있다.

어반 레비보(URBAN REVIVO, UR)가 제안하는 아웃도어룩 [출처 어반레비보 공식홈페이지]

어반 레비보(URBAN REVIVO, UR)가 제안하는 아웃도어룩 [출처 어반레비보 공식홈페이지]

산이 아닌 거리의 트렌드가 된 아웃도어 룩, 아재 패션으로 치부되던 스타일이 MZ 세대의 생활 및 취향 반경을 확장시키는 주류(主流)가 됐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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