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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美하원의장, 20년 만에 당 지도부서 물러난다

중앙일보

입력

차기 지도부 불출마를 밝히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AP=연합뉴스

차기 지도부 불출마를 밝히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AP=연합뉴스

지난 20년간 미국 민주당을 이끌어왔던 낸시 펠로시(82) 연방 하원의장이 민주당 하원 당 지도부 자리에서 물러난다. 펠로시 의장이 17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내년 1월 개원하는 다음 의회에서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고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펠로시 의장은 ‘새로운 세대’를 언급하며, 당 지도부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대담하게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은 여성으로 두 번이나 하원 의장에 선출되며 유리천장을 깬 살아있는 역사다.

미국 주요 정당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 원내대표에 당선돼 2003년부터 민주당을 이끌었다. 또 2006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조지 W 부시 정부 때인 2007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 의장에 당선됐다.

펠로시 의장의 퇴진 결정은 당내 세대교체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82세로 고령인 펠로시는 그동안 하원의장직을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에도 당내에서 세대교체 압박을 받아왔다. 중간선거 직전에 불거진 남편 폴 펠로시 피습 사건도 그의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무서웠다”며 피습 사건이 자신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해 지도부 불출마를 시사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이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맡아왔던 하원 대표 자리를 4년 만에 내려놓게 됐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 자리를 공화당에 빼앗겨 차기 하원 의장은 공화당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된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선출될 것이 유력시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020년 2월 미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연두교서)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연설문을 찢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020년 2월 미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연두교서)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건넨 연설문을 찢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지도부 자리에서는 내려오지만, 하원 의원으로서 활동은 계속한다. 1987년 하원에 당선된 뒤 36년째 의원직을 유지 중인 그는 이번 11·8 중간선거에서 당선돼 19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막후 정치 지도자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역사는 그를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하원의장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그는 민주주의의 맹렬한 수호자로서, 역사는 치명적인 의사당 폭동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그의) 결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을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칭하며 “우린 그에게 깊은 감사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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