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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 4선 중진 노웅래도 뇌물 혐의…엄정 수사만이 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야당 탄압” 강변 대신 객관적 해명을

검찰도 명확한 증거로 의혹 차단해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어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노 의원은 박씨로부터 “추진 중인 사업을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21대 총선 비용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았고, 지방국세청장·한국동서발전 인사 청탁 등으로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의원은 “박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영장에 적시된 뇌물수수 내역은 지난 2월 25일 국회 인근 음식점에서 2000만원, 3월 15일 마포 지역구 사무실에서 1000만원 등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검찰은 또 박씨가 뇌물을 건넨 정황을 암시하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준 것은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노 의원은 2020년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검찰은 당시 박씨가 노 의원에게 태양광 사업 편의를 봐달라며 준 돈이 경선 자금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한 4선의 중진인 노 의원이 업자에게 돈을 받아 총선·경선 비용에 썼다는 의혹으로 압수수색당한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박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인 송기인 신부를 ‘양아버지’라고 부르며 1억원을 건네는 등 친노·친문계에 전방위 로비를 펼쳐 왔다고 한다. 박씨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노 의원에게 그치지 않고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박씨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을 구속기소하는 과정에서 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A대통령비서실장, 민주당 B의원 등 친문 인사 10여 명의 실명이 이 전 부총장의 공소장에 적시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노 의원 압수수색을 계기로 검찰이 이들에 대해 수사를 개시할 경우 ‘친문 게이트’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반년 전까지 집권당으로 서슬이 퍼렇던 더불어민주당은 수장인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게이트 의혹에 휘말려 수사의 칼날이 턱밑에 닿았다. 이런 와중에 비명계 중진 의원까지 압수수색당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민주당은 밑도 끝도 없이 ‘정치 보복’ ‘야당 탄압’만을 외치며 정치 공세로 맞서고 있지만, 이는 169석 원내 1당으로 책임이 막중한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당당하다면 수사를 차분하게 지켜보며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는 게 순리가 아닌가. 검찰도 엄정한 수사가 절실하다. 명확한 증거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