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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대장주 아파트도 별 수 없네…전셋값 1년새 7억~ 8억 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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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대장주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가 이달 초 17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급전세는 15억5000만원에 나온다. 1년 전(22억~24억원)보다 7억~8억원 내린 가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말 13억~15억원대에 계약되던 송파구 잠실동 엘스 84㎡ 전세도 이달 9억~11억원에 거래됐다. 요즘 서울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수요가 꺾이면서 전셋집이 쌓이고, 세입자를 못 구한 집주인은 전세 호가를 수억 원씩 낮추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74% 하락했다. 지난주 낙폭(-0.31%)의 배가 넘는 수치로, 2012년 5월 조사 이후 가장 많이 내렸다. 송파구(-0.77%)와 강남구(-0.53%)도 한 주 새 낙폭이 커졌다. 올해 들어선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이 6.1% 내렸고,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2.85%, 2.69% 떨어졌다.

물량도 쌓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송파구 전세 물량은 4783건으로, 한 달 전(3974건)보다 20.3%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도 각각 20.2%, 10.3% 증가했다.

전셋값이 2년 전 계약 때보다 더 내려간 ‘역전세’도 속출한다. 2020년 10월 계약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 전세보증금은 17억~18억원대였다. 지난달 거래된 전세 물건은 15억원대로 2억원 이상 낮다. 현재 호가는 12억원까지 내려갔다. 입주 4년 차인 이 단지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4년 거주 기간이 만료되는 매물도 나오고 있다.

주택 매매 가격 전망

주택 매매 가격 전망

강남권 전셋값 하락 원인은 금리 인상 여파가 크다. 대출이자가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이 전세를 꺼려서다. 실제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7%대까지 치솟으면서 강남권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4~4.3%)을 크게 넘어섰다. 1억원을 빌린 후 갚아야 하는 월 이자(약 58만원)보다 전세금 1억원을 월세(33만~36만원)로 바꿔 내는 게 이득이다.

전세 공급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잠원동에서는 지난 8월 반포르엘(옛 반포우성) 596가구를 시작으로 다음 달 반포르엘2차(신반포14차) 280가구가 입주한다. 개포동에선 내년 2월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3375가구가 들어선다.

전영준 새방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개포동에선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전세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준공을 8개월 앞둔 아파트에서도 ‘세입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6월 잠원동에서 입주하는 330가구의 신반포르엘(신반포13차)은 지난달부터 전세 물건이 나온다. 통상 입주 3~4개월 전에 전세 물건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강남권의 전셋값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한 데다, 내년에 입주물량도 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에 강남 3구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9691가구다. 올해(5332가구)보다 82% 많다.

한편 이날 부동산R114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주택시장 전망’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738명 중 65.4%(1136명)가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부동산R114가 2008년부터 15년 동안 관련 조사를 진행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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