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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 찾은 빈 살만에 尹 "사우디는 한국의 핵심 동반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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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약 5000억 달러(67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비롯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빈 살만 왕세자도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와 이날 오전 11시 40분부터 2시간 30분 동안 한남동 관저에서 회담 및 오찬을 진행했다. 고위급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은 각각 40여분 동안, 오찬은 1시간 10분 간 진행됐다. 이번 방한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2019년 6월 이후 3년 5개월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17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과 환담 오찬 일정을 마친 뒤 떠나기 전 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확대 회담에서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해외건설 파트너 국가로서 우리 경제·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반자”라며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는 지금이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국 간 신성장 투자 협력 분야로 ‘네옴시티’와 같은 메가 프로젝트 참여, 방위산업 협력, 수소와 같은 미래 에너지 개발, 문화교류·관광 활성화를 언급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도 “수교 이래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특히 에너지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 분야를 특정해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부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포집기술,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과 관련한 협력을, 방산 분야에서는 사우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각각 희망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 인프라 분야에서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다양한 분야의 실질 협력을 총괄·조정할 양국 지도자 간 ‘핫라인’인 셈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별도 자료를 내고 “한-사우디가 최고위 수준에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날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 간 실질 협력 이행체계 정비도 이뤄졌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제 협력 플랫폼인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는 기존 5개 분과에 에너지, 농수산 2개 분과를 신설했다. 이로써 ▶산업 ▶에너지 ▶농수산 ▶스마트인프라 ▶교육·문화 ▶보건·생명과학 ▶중기·투자 등 총 7개 분과로 새로 개편됐다. 대통령실은 분야별 실질 협력 증진 사례로 에쓰오일(S-oil)의 9조원 규모 ‘샤힌(shaheen) 프로젝트’에 사우디의 투자 결정이 확정된 점을 꼽았다.

 대통령실은 “건설·인프라 분야에서 쌓아온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네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긴밀한 협력에 합의했다”고도 밝혔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국가 장기 프로젝트(사우디 '비전 2030')다.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70조원)를 들이는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다.

 회담 장소로 관저를 택한 것도 화제였다. 지난 7일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윤 대통령 부부가 입주 열흘 만에 맞이한 첫 외빈이 빈 살만 왕세자였다. 한남동 관저는 윤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주거동이 160평(약 529㎡), 리셉션장·연회장 등을 갖춘 업무동이 260평(약 860㎡) 규모다. 이와 관련,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에서 “외빈에 각별한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대통령 부부의 뜻을 반영해 회담장이 관저로 전격 결정됐다”며 “40여분간 진행된 고위급 회담은 리셉션 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와의 단독 환담 또한 40여 분간 가족 공간(거실, 정원)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은 할랄 방식으로 조리한 한식으로 제공됐다. 오찬 뒤 기념사진 촬영 때는 김건희 여사도 함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도체기업인들을 만나 차담회를 갖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도체기업인들을 만나 차담회를 갖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네덜란드 정상회담=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 원전 산업,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파트너”라고 말했고, 루터 총리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안보분야 뿐만 아니라 사이버, 정치, 에너지, 기후, 수자원 관리까지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2016 설정된 기존의 ‘포괄적·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도발 행위를 규탄한 양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의 중요성을 재확인했고, 루터 총리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밝혔다. 양 정상은 특히, 양국의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양국의 기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도체 부문의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부문을 지원할 의지를 밝혔다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생산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ASML로부터 원활한 노광 장비를 공급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양 정상은 회담에 앞서 오후 3시30분부터 ASML의 피터 베닝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회장 등과 함께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를 가졌다. 차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ASML이 24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경기도 화성의 뉴 캠퍼스럴 언급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객사들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힌 베닝크 회장은 “이번이 1단계 투자로, 추가적인 기회를 신중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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