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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1g 줄이는데 3년 걸렸다…유통업계는 '포장 다이어트'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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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 풀무원샘물은 최근 31.6g짜리 2L 페트병을 내놨다. 2019년부터 써왔던 32.6g짜리에서 1g을 줄였다. 3년 새 1g을 줄인 셈이다.

#2. 신세계푸드는 요즘 케이크를 포장할 때 종이로 된 ‘친환경 패키지’를 사용한다. 기존에 쓰던 플라스틱 용기와 띠지를 없앴다. 종이 소재의 띠지로 케이크를 두르고 상하좌우를 고정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식품 기업들이 ‘포장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친환경 투자이면서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생수 업계에선 페트병 무게를 줄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풀무원샘물은 경량화 테스트만을 위한 공장을 세워 ‘국내에서 가장 가벼운 페트병’을 선보였다. 2009년부터 생수병 경량화에 나서 페트병 무게를 37g→35.6g(2013년)→32.6g(2019년)→31.6g(2022년)으로 줄였다. 1g을 줄이는 데 3년, 5.4g을 줄이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게는 줄이면서 손에 잘 잡히는 다양한 디자인을 검토하고, 제품이 대량으로 쌓였을 때 견딜 수 있는 무게를 측정하기 위해 압축시험기로 누수 여부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감량 수준을 정하고, 설비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6개들이 페트병을 8단으로 쌓아도 누수가 없어야 한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공장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안전성 테스트도 한다.

동원F&B도 2년여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동원샘물 500mL와 2L 페트병의 무게를 각각 15.7%, 8.4% 줄였다. 뚜껑 높이를 낮춰 더 가벼워진 ‘에코캡’을 도입하고, 라벨 길이도 20% 이상 줄였다. 동원샘물은 이를 통해 연간 1200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원샘물 관계자는 “동원F&B와 동원시스템즈, 독일 크로네스 3사가 합작해 공병과 디자인 리뉴얼을 했다”며 “적재 시험을 14회나 하는 등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른 기업들도 포장을 줄이는 데 적극적이다. 신세계푸드는 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케이크를 고정하고 두르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 17t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친환경 케이크 패키지'. 사진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의 '친환경 케이크 패키지'. 사진 신세계푸드

풀무원다논도 이달부터 떠먹는요거트 전 제품에 무라벨 패키지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용기 옆면에 부착했던 플라스틱 소재의 라벨을 없앴다. 대신 제품 필수 정보는 상단 덮개, 묶음 포장 옆면과 윗면에 기재한다. 이를 통해 연간 140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풀무원 계열의 요거트 전문 기업 풀무원다논은 떠먹는 요거트 전 제품을 무라벨 포장재로 전환했다. 사진 풀무원다논

풀무원 계열의 요거트 전문 기업 풀무원다논은 떠먹는 요거트 전 제품을 무라벨 포장재로 전환했다. 사진 풀무원다논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용기 중량을 줄이고 용기 생산 과정에서 남게 되는 플라스틱을 가공 후 재사용한다. 이를 통해 연간 4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요플레 오리지널의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한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고 일부 커피·차 제품에 무라벨 패키지를 적용했다. 빙그레는 이런 내용을 지난 15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친환경 우수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기업형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포장재를 쓰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는 비닐 라벨을 없앤 무라벨 자체 브랜드(PB) 생수를 선보였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포장을 줄이면 볼품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제품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며 “소비자 인식도 함께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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