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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7차 핵실험 땐, 중국 나설까…5차 땐 "규탄" 지금은 침묵,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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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의 거듭된 요청에도 중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끝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에 침묵했다.

이에 대해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언급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요청의 형식이었지만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면 사실상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한 추가 대북 제재 결의에 중국이 반대표를 던진 데 대한 비판성 메시지에 가깝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에 대해 “한국이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미 요청대로 움직일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은 북핵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란 뉘앙스다. 중국은 지난 6월 유엔 총회에서도 “미국은 대북 제재 완화와 연합훈련 중단과 같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오히려 선제적인 ‘미국 역할론’을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움직임에 침묵하고, 유엔 안보리 무대에서도 연일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하는 중국의 최근 모습은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움직임에 동참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6차 핵실험 땐 '초강력 제재' 동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로 평가되는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로 평가되는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연합뉴스

당시 안보리는 중·러를 포함한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는데, 북한의 ‘생명줄’로 여겨졌던 원유 허용량을 400만 배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의 핵심 외화수입원인 직물 및 의류 완제품 등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민생 경제를 직접 타격하는 고강도 옥죄기에 나선 의미였다.

중국은 당시 해당 결의에 대해 “대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국제사회의 단결된 목소리에 결국 대북 제재에 대한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며 압박 강도를 높인 영향이 컸지만, 당시만 해도 중국 역시 북한이 실제로 핵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선 엄중한 인식을 했다는 점을 드러낸 대목으로도 평가된다. 실제 중국은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문제 행동에 대해 “반대한다” 등의 다소 온건한 표현을 썼지만, 6차 핵실험 이후엔 처음으로 “규탄한다”는 강한 입장을 밝혔다.

북핵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평앙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뒤 인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평앙 5·1 경기장의 집단 체조 공연 관람을 마친 뒤 인사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약 5년 만에 7차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과거와 달리 북한의 움직임을 사실상 묵인하는 건 그만큼 동북아 신냉전 구도에서 북한이 갖는 레버리지가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으로선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임에 따라 미·중 경쟁에 투입하는 공력이 분산되는 상황을 바랄 수 있다.

이같은 중국의 속내는 결국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경우에도 이를 제지하는 대신 한반도 안보 위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다만 현 단계에선 중국 역시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을 방치하는 데 대해선 일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정황도 나타난다.

중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규탄하고 추가 핵실험 중단을 요청하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에 반대할 경우 자칫 핵 비확산 체제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데 대한 부담과 함께, 실제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가 그 책임을 중국에 묻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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