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도쿄 경양식집 '함박스테키' 맛, 집에서 재현해요

중앙일보

입력 2022.11.17 16:05

ZGZG MEET ② 세계 요리 전문가, 나카가와 히데코  

일본 식도락 여행을 계획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가 있다면 아마 함박스테이크일 것이다.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작고 낡은 경양식집을 찾아 나이 지긋한 사장님이 만들어주는 두툼한 함박스테이크를 맛본다는 건 상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당장 일본으로 떠날 수 없다면, 우리 집을 일본 로컬 식당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라이브 쿠킹클래스 지글지글클럽에서 함박스테이크 클럽을 오픈한 요리 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에게 물었다.

'연희동 요리 선생님'으로 유명한 나카가와 히데코.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이다. 일본 정통 요리부터 스페인 등 유럽 요리까지, 그간 오프라인 쿠킹클래스를 통해 수많은 요리와 이야기를 나눠왔다. 사진 지글지글클럽

'연희동 요리 선생님'으로 유명한 나카가와 히데코.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이다. 일본 정통 요리부터 스페인 등 유럽 요리까지, 그간 오프라인 쿠킹클래스를 통해 수많은 요리와 이야기를 나눠왔다. 사진 지글지글클럽

한동안 함박스테이크는 수업 메뉴에 없었다고 들었어요.

쿠킹클래스 초반에는 일본 정통 요리, 특히 함박스테이크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런데 같은 수강생이 5년, 10년을 연이어 수업을 들으니까, 새로운 메뉴나 세계 요리 위주로 커리큘럼을 짜게 됐어요. 어느 날 불현듯 아버지가 집에서 해주시던 함박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서 만들어서 나눠 먹었는데, 수강생들이 ‘집에서 하면 이 맛이 안 난다’며 다시 가르쳐주면 안 되겠냐는 거예요. 맨날 해 먹던 대로 한 것뿐인데 말이죠. 수업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요리와 레시피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내에도 함박스테이크 맛집이 꽤 많아졌죠.

맞아요. 저도 만들어 먹기 귀찮을 땐 집 근처인 연희동이나 연남동에 있는 맛집을 찾아가서 먹어요. 근데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함박스테이크에 꼭 달걀프라이를 올려주더라고요. 서니사이드업으로요. 오리지널 레시피에는 달걀프라이가 없어요. 아마도 일본의 어느 음식집에서 독특하게 달걀프라이를 올렸는데, 그걸 본 누군가가 국내에서도 달걀을 올려 식당을 통해 팔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함박스테이크는 고기 배합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돼지고기와 소고기 다짐육을 일대일의 비율로 섞어야 해요. 돼지고기 비율이 높아지면 한국식 동그랑땡 맛이 나고, 소고기 비율이 높아지면 햄버거 패티의 느낌이 나거든요. 또 소고기든 돼지고기는 앞다릿살을 쓰는 게 좋아요. 다만 높은 등급일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갖은 양념과 소스로 맛을 더하기 때문에 적당한 등급의 신선한 고기면 충분해요.

고기를 1:1로 섞어서 만들어도 뭔가 식감이 완자 느낌이 날 때가 있어요. 

함박스테이크와 완자 또는 패티의 차이는 고기를 치댈 때 식빵을 넣는지 아닌지, 그 차이예요. 함박스테이크 반죽에는 우유에 담갔다 건진 식빵을 꼭 넣어야 해요. 그래야 쫀득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정통 함박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어요. 이건 도쿄에서 오랜 세월 셰프로 살아오신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방법이에요. 고기 반죽에 빵가루를 넣어서는 제맛이 나지 않아요.

일본 정통 함박스테이크를 온라인 쿠킹클래스를 통해 배워볼 수 있다. 사진 지글지글클럽

일본 정통 함박스테이크를 온라인 쿠킹클래스를 통해 배워볼 수 있다. 사진 지글지글클럽

고기의 누린내를 잡는 비법이 있을까요.

육두구라고도 불리는 넛맥(nutmeg)을 소량 넣어 주세요. 주로 고기 누린내나 계란, 우유의 비린내를 잡을 때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예요. 넛맥이 없다면 차라리 후춧가루를 조금 더 넣어주세요. 로즈메리 같은 강렬한 향의 허브를 넣으면 전체적인 맛을 해칠 수 있습니다.

함박스테이크의 고기 반죽이 늘 어려워요.

적당히 치대야 하는데, 이 ‘적당히’라는 게 늘 어렵죠. 일단 다짐육의 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는 치대야 해요. 안에 들어간 재료들이 전체적으로 다 엉길 수 있도록요. 우유에 적신 식빵이 안 보일 정도면 충분해요.

함박스테이크 안쪽까지 잘 익히려면 불 조절이 관건이죠. 

불 조절이 중요하죠. 일단 팬을 센 불에 달궈주세요. 고기를 얹은 후에는 중불을 유지하고요. 중간에 물을 부어서 뚜껑을 덮고 마저 익히는 데, 물을 부었을 때는 중강불 정도로 올리는 것이 좋아요. 요리할 때 새로운 재료를 넣고 나면 일단 불을 살짝 올려서 전체적인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가며 완성해요. 하지만 불에 대한 감각은 말로 설명하기 정말 어렵죠. 집마다 화력도 다르잖아요. 그래서 지글지글클럽의 첫 메뉴로 함박스테이크를 선택했어요. 배우는 분들이 각자의 주방에서 만들며 화면으로 패티 반죽의 정도나 굽기 상태를 보여주면, 더 자세히 코칭을 할 수 있거든요.

온라인 쿠킹클래스를 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는요.  

사실 SNS와 뉴스레터를 통해 전국의 많은 이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데요, 한 번은 경남 사천에 사는 분이, 클래스 등록만 된다면 숙소를 예약해, KTX를 타고 올라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너무 힘든 일이잖아요. 연희동까지 오실 수 없는 분들을 위해 클래스를 열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지글지글클럽을 만나게 됐어요. 온라인 쿠킹클래스인데, 실시간 라이브를 한다고 하니, 연희동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각자 자기 주방에서, 자신의 주방 집기로 요리하고, 온 가족이 나눠 먹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지글지글클럽의 사전 테스트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는 나카가와 히데코. 사진 지글지글클럽

지글지글클럽의 사전 테스트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는 나카가와 히데코. 사진 지글지글클럽

전날 재료가 배송된다고 하더라고요.

쿠킹클래스가 열리는 바로 전날, 쿠킹 박스가 하나 도착할 텐데요. 그 안에 요리 재료가 다 들어있어요. 신선한 고기와 채소는 물론이고 소금과 올리브유까지 전부 다요! 필요한 양을 소분·포장해, 배송까지 해주니 혼자 사는 분들도 재료 남길 걱정이 없죠. 요리를 잘 하지 않는데, 요리 한번 만들겠다고 마트 가는 것도 사실 부담스럽잖아요.

온라인 쿠킹클래스가 오프라인만큼 재미있을까요.  

저도 그게 궁금했는데, 막상 테스트 수업을 해보니 재미있었어요. 카메라가 익숙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재료 찾는다고 앵글 밖으로 벗어나기도 했는데, 정작 수강생들은 자기 재료 써느라 각자 바쁜 거예요(웃음). 처음에는 살짝 어색한가 싶었는데 막상 요리가 시작되니 자유롭게 화면도 켜고 마이크도 열어서 궁금한 것들 물어보고 답하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어떤 분이 고기를 굽다가 화면으로 보여주시길래 ‘물을 붓고 뚜껑 덮어서 속까지 좀 더 익히면 좋겠다’고 조언해드리기도 했죠. 완성한 함박스테이크 사진을 공유했는데, 다들 저와 엇비슷하게 잘 만드셨더라고요.

지글지글 쿠킹클럽에서는 함박스테이크 외에도 중식 요리의 대가 여경옥 셰프의 사천식 가지볶음, 간단한 식재료로 쉽게 제맛 내는 요리연구가 이미경의 스테이크 솥밥, 함께 요리하며 사회 초년생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요리‘먹구’가 에리카팕의 참토레루케 파스타, 20만 유튜버이자 공격수 셰프로 알려진 박민혁 셰프의 제육볶음 등을 클럽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쿠킹클럽의 요리를 다시 혹은 혼자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 박스는 라이브가 끝나는 날, 펀딩 방식으로 별도 판매한다.

손혜린 에디터 son.hyel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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