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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었으면…‘9억팔’ 영건은 왜 배트를 잡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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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당시 타자로도 뛰었던 덕수고 2학년 시절의 장재영. 연합뉴스

2019년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당시 타자로도 뛰었던 덕수고 2학년 시절의 장재영. 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장재영(20)은 2년 전 1차지명 당시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고교 시절 보여준 강속구 구사 능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 그리고 구단 역대 최다 신인 계약금인 9억 원이 더해지면서 야구계의 뜨거운 샛별이 됐다.

장재영이란 이름은 덕수고 시절부터 종종 오르내렸다. 1학년 때부터 시속 150㎞대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주목받았고, 학년을 거듭하며 구속이 최고 157㎞까지 올라 프로 스카우트들의 영입 1순위로 떠올랐다.

이렇게 많은 관심 속에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장재영은 그러나 데뷔 직후부터 만만치 않은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제구 난조 문제로 방황했다. 19경기 17과 3분의 2이닝 24볼넷이라는 2021년 1군 성적이 이를 대신 말해준다. 올 시즌에도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프로의 벽을 여실히 느낀 장재영은 결국 최근 들어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 올겨울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뛰는 호주프로야구(ABL)에서 투수는 물론 야수로도 뛰기로 했다.

물론 아직은 ‘투타 겸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일 정도는 아니다. 호주 출국 전 만난 장재영은 “구단과 정확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덕수고 시절 좋았던 경험을 되살리면서 투수로서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 수 있도록 구단에서 타자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고 말했다.

장재영이 언급한 덕수고 시절의 좋은 경험은 타자로서의 활약이다. 장재영은 마운드에서 빼어난 강속구를 뿌렸지만, 타석에서도 만만치 않은 잠재력을 과시했다. 고교 3년간 통산 타자 성적은 35경기 타율 0.350(80타수 28안타) 3홈런 26타점 21득점. 우타자로서 호쾌한 스윙을 지녔다는 평가와 함께 1루수 수비도 나쁘지 않다는 호평을 받았다.

2020년 10월 키움과 입단 계약을 마친 뒤의 장재영. 사진 키움 히어로즈

2020년 10월 키움과 입단 계약을 마친 뒤의 장재영. 사진 키움 히어로즈

동기생 나승엽(20·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덕수고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장재영은 그러나 투수로서의 성장 열망이 컸다. 그래서 프로 입단 후 방망이를 내려놓고 투수에만 전념했다. 다시 방망이를 잡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한 이유다.

장재영은 “2년간 타자로 뛰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불안한 감이 있다. 투수가 던지는 공도 조금은 두렵다”면서도 “구단에서 배려해주신 만큼 타석에서도 최대한 집중해보려고 한다. 고교 시절 감각을 빨리 되찾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키움 구단이 장재영에게 이러한 권유를 한 배경에는 선수가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자리 잡고 있다. 장재영이 1군 혹은 2군에서 등판하는 날마다 부정적인 언급이 뒤따르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했다.

장재영. 연합뉴스

장재영. 연합뉴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선수가 프로 입단 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안쓰러움이 컸다. 그래서 질롱 코리아에서만큼은 부담 없이 마음대로 뛰고 오라고 이야기해줬다. 다행히 본인도 흔쾌히 응했다. 또, 최근 들어서는 정신적인 부분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경험이 귀중한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장재영은 12일 멜버른 에이시스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동안 78구를 던지며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첫 번째 단추를 순조롭게 잠갔다.

장재영은 “이병규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들께서 많이 배려해주신다. 이곳에서 좋은 경험을 쌓고 돌아가 한국에서 모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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