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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들면 만년설에 말고기 미식…비행기로 6시간, 카자흐 절경

중앙일보

입력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숨겨진 여행지'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 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유명한 장소도 아닌데 휴식과 레포츠, 역사·문화 체험, 식도락까지 즐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한국인에게 생소한 여행지인 카자흐스탄이 그렇다. 비행기로 6시간이면 가는 ‘가까운 나라’인데다 텐산(天山) 산맥의 비경, 고대 실크로드 도시의 신비로운 유적, 유목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음식 문화 등 이색적인 경험도 가능하다. ‘아시아의 알프스’ ‘중앙아시아의 베네치아’같은 수식어가 괜한 게 아니었다.

카자흐스탄의 스위스라 불리는 침볼락. 등반하기 어렵지 않은 하이킹 코스도 많아 느긋하게 걸으며 텐산산맥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의 스위스라 불리는 침볼락. 등반하기 어렵지 않은 하이킹 코스도 많아 느긋하게 걸으며 텐산산맥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텐산산맥이 감싸안은 도시, 알마티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는 텐산산맥에 둘러싸인 분지 도시다. 시내 어디서든 고개만 들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텐산산맥의 웅장한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텐산산맥의 별명은 ‘아시아의 알프스’다. 동서로 2000㎞ 이어진 산맥은 중국·카자흐스탄·키르키스탄·우즈베키스탄에 닿아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바라본 텐산산맥은 장대한 빙하지형과 만년설, 산의 산록부 목초지가 어우려져 특히 아름답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텐산산맥. 카자흐스탄 국제공항이 있는 알마티에 가까워지면 비행기 창문으로 만년설에 뒤덮인 텐산산맥이 모습을 드러낸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텐산산맥. 카자흐스탄 국제공항이 있는 알마티에 가까워지면 비행기 창문으로 만년설에 뒤덮인 텐산산맥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내에서 1시간 남짓 자동차로 이동하면 텐산산맥 체험의 시작 지점인 침블락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고도 3500m까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다. 완만한 트레킹 코스를 선택해 걸어 올라가도 된다. 천천히 발걸음을 떼다보면 탄성을 자아내는 비경이 쉴새없이 펼쳐진다. 화려한 산세,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 소리, 산 중턱에서 가끔 마주치는 풀 뜯는 말 떼들이 어우러진 풍광은 평화로움을 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산이 싫다면 알마티 도심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알마티는 구소련 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한가롭고 고즈넉한 유럽 구시가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알마티 시민의 쉼터로 불리는 판필로프 공원은 도시 산책의 필수 코스다. 18만㎡ 면적에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이곳에 들어서면 숨이 탁 트인다. 공원 안에 자리한 세계 8대 목조 건축물인 젠코프 대성당, 민속악기박물관도 명소다.

알마티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판필로프 공원.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알마티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판필로프 공원. 울창한 숲이 우거져 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어로 ‘사과의 원산지’란 의미다. 알마티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그린마켓에는 10여 종이 넘는 토종 사과가 쌓여있다. 주먹만한 크기의 카자흐스탄 사과는 굉장히 달고 맛이 부드럽다. 시장에서 바로 갈아주는 사과 주스도 별미다. 가격은 1000텡게(3000원)다.

카자흐스탄 최대도시 알마티에 있는 재래시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과를 구경할 수 있다. 도시 이름인 알마티는 '사과의 원산지' '사과의 도시'라는 의미다.

카자흐스탄 최대도시 알마티에 있는 재래시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과를 구경할 수 있다. 도시 이름인 알마티는 '사과의 원산지' '사과의 도시'라는 의미다.

제2 메카, 투르키스탄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국토 면적이 9번째로 넓은 나라인만큼 도시별로 전혀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다. 알마티에서 국내선과 차량으로 3~4시간 이동하면 ‘제2의 메카’ ‘중앙아시아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남부 도시 투르키스탄에 도착한다.

카자흐스탄 남부 도시 투르키스탄에 위치한 야사위 영묘. 이슬람교도들의 성지로, 이곳을 세번 방문하면 메카를 한번 방문한 것과 동일하다고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남부 도시 투르키스탄에 위치한 야사위 영묘. 이슬람교도들의 성지로, 이곳을 세번 방문하면 메카를 한번 방문한 것과 동일하다고 알려졌다.

투르키스탄은 16세기까지 이슬람 문화가 꽃피었던, 중앙아시아 이슬람교도들의 정신적 고향이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야사위의 영묘’다. 투르키스탄은 이슬람 수피교의 종파인 ‘야사위야’의 창시자 아흐메드 야사위(1103~1166)의 고향으로, 이곳에 그의 무덤이 조성됐다. 2003년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슬람 교도는 일생에 최소 1번은 메카 성지순례의 의무가 있다. 야사위 영묘에 3번 방문하면 메카 1회 순례로 인정해줄 정도로 신성한 곳이다. 인구 16만 명의 소도시 투르키스탄에 국제공항이 만들어진 것도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를 위해서다.

영묘 근처에는 ‘케루엔 사라이’라는 복합 문화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20만㎡ 규모에 모든 시설물이 수로로 연결돼 보트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 ‘중앙아시아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투르키스탄이 과거 그레이트 실크로드(카스피해~텐산북로)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였던 화려한 과거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남부도시 투르키스탄은 고대 그레이트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카자흐스탄은 이곳에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관광단지인 케루엔사라이를 구축했다. 아름다운 운하와 보트쇼로 카자흐스탄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카자흐스탄의 남부도시 투르키스탄은 고대 그레이트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카자흐스탄은 이곳에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관광단지인 케루엔사라이를 구축했다. 아름다운 운하와 보트쇼로 카자흐스탄의 베네치아로 불린다.

카자흐 국민 음식, 말고기

카자흐스탄 음식엔 과거 유목민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 농경 민족인 한국인이 소고기를 즐겨먹듯, 카자흐스탄엔 말고기 요리가 흔하다.

카자흐스탄 국민 요리로 불리는 ‘베시바르막’이 대표적이다. 넓은 접시에 만두피처럼 얇은 밀가루 반죽을 깐 뒤, 삶아낸 말고기를 순대처럼 뚝뚝 썰어 올리고 후추를 뿌린 양파를 곁들여 낸다.

음식 이름 중 '베시'는 카자흐스탄어로 숫자 5를, '바르막'은 손가락을 뜻한다. 원래 현지인들은 손을 사용해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양파를 싸서 먹었다고 한다. 베시바르막의 말고기는 기름기가 없고 쫄깃한 식감에 짭짤한 편이다. 가격은 2000~3000텡게(7000~1만원)다.

카자흐스탄 국민음식으로 불리는 베시바르막.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카자흐스탄 국민음식으로 불리는 베시바르막.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는 빵이 특히 맛있다. 기름에 튀긴 달콤한 ‘바우르삭’,  커다란 점토로 만든 전통 방식의 오븐 내부 벽에 부착해 석탄 열로 구워내는 ‘쌈싸’, 속을 고기로 채워 튀기듯 구워낸 ‘체브레끼’ 등이 한국인 입맛에 제격이다.

☞여행정보=인천공항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까지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는 에어아스타나·아시아나항공다. 비행은 6~7시간. 무비자 입국이며, 코로나19 관련 어떤 증명도 필요없다. 기내를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화폐는 텡게를 쓴다. 1텡게 약 2.88원. 환전은 영어가 통하는 알마티공항에서 하는 게 좋다. 자세한 정보는 카자흐스탄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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