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김용·정진상까지 포위…이재명 턱밑까지 온 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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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진상(54)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소환 조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의 위례·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27년간 인연을 이어온 정 실장이 대장동 지분 24.5%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428억원이란 막대한 배당이익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 수뢰)를 받는 만큼 이 대표 역시 이에 연관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외에도 성남시장 재직 시절 두산건설·네이버 등 관내 대기업에 행정적 혜택을 주는 대신 성남FC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성남FC 대가성 후원 의혹,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21년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8억47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한 쌍방울 대북사업 대가성 지원 의혹 등 각종 ‘사법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다.

檢, 김용 이어 李 최측근 정진상 구속영장 청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과 재난안전 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과 재난안전 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6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정 실장을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형법상 부정처사후수뢰,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실장이 성남시 2013년 7월~2017년 3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 변호사, 호반건설 등 민간사업자에게 업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이들을 공모 전에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보고 있다.

또 2013년 2월~2020년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대장동 사업 추진 등 편의 제공 대가로 6회에 걸쳐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김 부원장·유 전 본부장과 함께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중 일정 지분과 배당이익(세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9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 압수 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성남FC·쌍방울 수사도…李 턱밑까지 근접한 검찰

지난 9월2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지난 9월2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정 실장의 경우 지난 9일 압수수색 영장에 범죄사실만 20쪽을 적었을 정도로 소환 이전부터 구속영장 청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14시간에 걸친 조사 동안 정 실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치면서 빠르게 질문을 이어갔는데, 이는 통상 영장 청구 결심이 확고할 때 하는 조사 방식이라고 한다. 대장동 수사 초기 황무성 전 성남도공 초대 사장 등 참고인들을 수일씩 불러 조사한 것과 차이가 있다.

대장동·성남FC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김 부원장,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까지 기소하면서 검찰 수사는 여러 의혹의 정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바짝 다가섰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남 변호사 등을 사업자로 사전 선정하는 안(案)을 승인하고, 대장동 사업 전체 배당금(5903억원) 중 4040억원(68.4%)을 민간 사업자에게 몰아준 데 대한 배임 혐의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 외에도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에 대해서도 시기를 조율해가며 수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이 대표를 둘러싼 혐의를 한꺼번에 처리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이 경우 남은 과제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가 되고 민주당에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李 사법리스크 비호, 민주당 내외 ‘쓴소리’도 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국정감사 복귀를 밝히며 '정치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국정감사 복귀를 밝히며 '정치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요하게 보는 건 이 대표가 그간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한 적이 거의 없어서다. 이 대표는“김문기(전 성남도공 개발1처장)를 모른다”고 하는 등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에 나오지 않았다. 또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불체포특권을 보유한 이 대표를 강제 조사하기 위해선,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받아 정부→국회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내야 하는데, 체포동의 요구서는 검찰이 그만큼 혐의를 확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정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과잉수사·정치탄압으로 규정하는 분위기지만 당 지도부와 대변인까지 나서서 정 실장을 비호하는 데 대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중진인 5선 이상민 의원은 지난 1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 실장에 대한) 직접적 소환조사가 있다면 거기에서 자신의 결백과 무고함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당이 올인하듯이 나서는 것은 과잉이고,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대표 한 명의 사법리스크가 지금 한 사건이 아니고 여러 사건이 있는데 사실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당 자체가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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