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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예산 '칼질' 李예산 늘렸다…巨野의 완력, 초유의 '준예산'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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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행정안전부 예산안 상정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삭감을 이유로 예산안 상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16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격돌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교흥 민주당 의원(가운데)가 이채익 행안위원장(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행정안전부 예산안 상정을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삭감을 이유로 예산안 상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16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격돌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교흥 민주당 의원(가운데)가 이채익 행안위원장(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룡 기자

169석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완력으로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을 좌지우지하면서 국회 예산안 심사가 초유의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주력 예산을 잇따라 '칼질'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에 대해서는 증액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법정 예산 처리 시한(12월 2일)이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에서 터져 나온다.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윤석열 정부 핵심정책인 경찰국 예산 문제로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이 지난 10일 행안위 예결소위에서 단독으로 경찰국 예산 6억300만원 전액을 삭감하고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0억원을 증액하자,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예산안 상정을 아예 거부하면서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가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항의했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국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재명 대표 주장을 떠받들 수 있을까’에만 골몰했다”고 받아쳤다. 양측이 고성을 지르며 다투자 회의는 시작된 지 40여분 만에 파행됐다.

대통령실 이전 등 尹정부 예산 1043억원 삭감 추진하는 野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여야가 격돌하는 장면이 예산 정국 내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대통령실 관련 사업이나 현 정부 핵심 정책 예산 삭감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가 강조한 사업의 증액까지 추진하면서, 국민의힘은 ‘퍼주기’라는 역공세를 취하고 있다.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민주당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예결소위에서도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 303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미 지난달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대통령실 영빈관 신축예산 497억원이 민주당 주장대로 전액 철회됐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선 외교부가 과거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편성한 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 21억7400만원을 전액 삭감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청와대 개방·활용 예산 59억5000만원이 감액됐다.

민주당은 향후 운영위원회에서도 대통령실 이전 관리예산 54억6000만원도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 이에 국민 혈세를 아낀다는 측면에서 삭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사업 예산도 건드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인 윤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사업 예산(38억7000만원)을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기본경비(5억5100만원), 검찰의 공공수사 사업예산(44억1000만원)에 포함된 특수활동비나 특정업무경비도 문제삼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현재 예산심사를 마친 7개 상임위원회의 예산심사결과보고서 및 현재 예산심사를 진행 중인 10개 상임위 예산소위 상황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주요 과제와 관련한 예산 중 112②
2억6400만원이 감액되거나 감액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민주당은 자신들이 ‘10대 민생사업’으로 지정하거나, 이 대표 대선 공약과 관련이 깊은 예산은 5조4946억원을 증액했거나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행안위에서 정부 예산안에 빠져있었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원 예산 7050억원을 되살린 게 대표적이다. 지역화폐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부터 주장해온 핵심 공약이다. 민주당은 향후 중소기업·소상공인·취약자주 지원(1조2797억원), 영구·국민 임대주택 공급 확대(6994억원), 재생에너지 지원(3281억원) 등을 자신들이 10대 민생사업으로 삼은 부문에 대한 증액도 의결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과 재난안전 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과 재난안전 대책' 토론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금융·주거 취약계층과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3대 영역에 대해서 ‘3대 긴급 민생 회복 프로그램’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며 예산 증액에 무게를 확 실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 대표 주장을 중심으로 일단 예산 목표를 최대치로 늘려잡고 협상에 임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17일부터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 심사다. 하지만 예결특위 위원장이 우원식 민주당 의원인 데다가 소위 구성도 민주당이 과반(재적위원 15명 중 9명, 국민의힘은 6명)을 점하고 있어 국민의힘으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이철규 국민의힘 예결특위 간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최대한 감액한 뒤 예결특위 단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을 증액하고자 할 것”이라며 “민주당 단독 의결로 올라온 상임위 별 예산은 다시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으로는 민주당 의도대로 될지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예산편성권이 없는 국회는 예산 삭감은 할 수 있지만, 증액은 기획재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여론전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여론조사(지난 4~7일)에서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3.2%라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여야가 국회법이 정한 시한대로 예산안을 합의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12월 1일 본회의에 부의된다. 민주당이 이를 부결시키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도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지면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국회 기재위는 윤석열 정부의 조세 관련 법안을 심사할 조세소위 구성에 합의했지만, 향후 세법 심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줄이는 종부세법 개정안,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법인세법 개정안 등 정부 세법 개정안을 대부분 반대하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지난 대선 때 부동산세 감세를 추진했는데 지금와서 반대하는 것은 자가당착”(중진 의원)이란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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