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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미·일, 외부 경제보복 함께 대응키로 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 외교에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자평한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6일 한 말이다. 4박6일(11~16일)간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수행했던 김 실장은 귀국 당일인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한·미, 한·미·일, 한·일, 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순서대로 열거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 회의 참석이 주목적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열린 여러 양자회담에 이목이 더 쏠렸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북한에 국한된 내용을 넘어 경제·기술·지역 및 글로벌 도전 과제를 망라한 최초의 성명”(김 실장)인 ‘프놈펜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 등 전통 안보 이슈부터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공급망 보장, 청정에너지 협력 등이 담겼다.

미국, 일본과의 양자회담에선 양국 간 현안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북한 문제 외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논의가 오간 게 주요 성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 기업의 기여를 고려해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핵심 과제인 강제징용 관련 언급이 오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 모두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과 관련해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진행 상황에 대해 잘 보고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양국 실무진 간에 문제의 해법이 한두 개로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가 다 연결돼 있는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징용 문제에서 풀어가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일의 밀착과 맞물려 한·중 관계의 복잡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잇따른다. 실례로 프놈펜 성명에는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김 실장은 “외부의 경제 보복과 같은 경제적 강압에 대해서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등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제3국이 가할 수 있는 강압 조치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일반적인 관점”이라며 “중국에 초점을 맞췄다는 식의 해석은 피해 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견제구가 오간 정황도 뚜렷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자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꾀한다고 비판할 때 자주 쓰는 ‘진정한 다자주의’와 경제협력의 ‘범안보화’(안보와 경제의 자의적 연계)란 표현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17일부터 곧바로 외교 일정을 이어간다. 김 실장은 “17일에는 한·네덜란드 정상회담, 18일에는 한·스페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도 추진 중으로, 17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회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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