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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4전 5기 끝 발사 성공…25일간 달 궤도 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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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백 투더 문(Back to the moon·달로 돌아가다)’. 16일 지구촌을 뒤덮은 ‘우주 화두’다. 인류가 반세기 만에 다시 유인 달 탐사에 나섰다. 이른바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현지시간 오전 1시47분(한국시간 오후 3시47분)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발사단지 B발사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형 로켓으로 평가받는 ‘우주발사시스템(SLS)’이 캡슐형 우주선 오리온을 싣고 불을 뿜었다. 반세기 전 달로 갔던 아폴로 우주선이 불을 뿜었던 39A 발사장 바로 옆이다. SLS는 높이 98m, 총중량 2600t으로 30층짜리 건물보다 크다. 추력은 약 4000t, 길이는 아폴로 우주선을 실었던 새턴Ⅴ(111m)보다 짧아졌지만 추력은 15% 더 강화됐다.

마네킹 3개 태워…내달 11일 귀환

오리온은 유인 우주선으로 설계됐지만 이번엔 실제 사람 대신 ‘무네킹 캄포스’라는 이름의 마네킹 등 각종 센서가 장착된 우주인 마네킹 3개를 태우고 떠났다. 50여 년 만에 재개하는 유인 탐사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다. 오리온은 향후 총 25일간의 비행 동안 달 궤도를 돌고 다음 달 11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이날 발사된 ‘아르테미스 1호’는 원래 지난 8월 29일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온도 센서 이상과 수소연료 누출, 기상 문제 등으로 네 차례 발사가 연기된 뒤 이번에 성공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이번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2024년 아르테미스 2호에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궤도 유인 왕복 여행을 하고, 또 1년 뒤인 2025년에는 아르테미스 3호에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을 태우고 달 착륙까지 할 예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르테미스를 시작으로 달과 화성 등 지구 밖의 천체로 인간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큰 발걸음이 재개되는 셈”이라며 “50여 년 전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등 지구 주변에 머물던 유인 우주 활동이 앞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1세기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이다. 달에 유인 탐사 및 우주기지 확보, ‘루나 게이트웨이(Luna Gateway)’로 이름 지어진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 등을 목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달을 화성 유인 탐사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계획도 준비돼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 나사뿐 아니라 캐나다·호주·아랍에미리트(UAE) 등 세계 21개국의 우주기구와 우주 관련 민간 기업까지 연계된 거대 국제 프로젝트다. 한국도 지난해 5월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함으로써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 8월 발사된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도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누리에는 달 극지방의 어두운 곳을 촬영할 수 있는 나사의 음영 카메라가 실려 있다. 향후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최적지를 찾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우주 강국, 중국과 러시아는 참여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중국의 경우 2011년 나사가 미 의회의 특별 승인 없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인 울프 수정안에 의해 우주에서 미국과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와 중국은 아르테미스 계획과 별도로 양국 간 협조를 통해 달 탐사 및 기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이미 반세기 전 수차례에 걸쳐 ‘달 정복’을 마쳤는데 인류는 왜 다시 ‘백 투더 문’을 외칠까. 미국 나사가 1961년에 시작한 아폴로 계획은 미국과 당시 소련 사이의 국가 간 자존심을 건 경쟁이었다. 미국은 57년 당시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에 자존심을 구긴 뒤 우주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아르테미스 계획은 반세기 전 유인 달 탐사를 넘어 달 기지와 우주정거장 건설, 화성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 확보 등 미국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국제정치와 산업의 복잡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도 담대한 우주전략 필요”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달 착륙 50여 년이 지난 지금 아폴로 계획 때와는 또 다른 정치적 결정을 바탕으로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21세기 우주패권 경쟁은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진영과 미국을 포함한 아르테미스 협약 가입국 그룹으로 나뉘어 기술적인 우주 경쟁과 국제정치의 다툼이 함께 포함된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도 다누리를 비롯한 달 탐사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미·중 기술패권 시대의 세계정치와 우주 경제로 변화하는 세계적 변화를 수용하기엔 너무 부족한 형편”이라며 “보다 담대하고도 세밀한 우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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