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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안정세, 채권시장은 돈가뭄…한은, 베이비스텝 밟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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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의힘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1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9일 예결소위에서 민주당이 전액 삭감한 경찰국 관련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교흥 간사(오른쪽)와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가 격하게 언쟁을 벌이자 김웅 의원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이채익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1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9일 예결소위에서 민주당이 전액 삭감한 경찰국 관련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교흥 간사(오른쪽)와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가 격하게 언쟁을 벌이자 김웅 의원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은행이 긴축 가속페달을 살짝 느슨하게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줄일 태세인 데다 급격한 긴축에 따른 채권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이어지면서다. 금리 인상의 등을 떠밀던 원화가치 하락세도 진정되면서 한은의 부담이 다소 줄어들게 됐다.

한은이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11월에도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Fed의 긴축 행보로 인한 원화가치 급락과 5%대의 고물가 등이 빅스텝 전망의 근거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빅스텝 전망에서 힘이 빠지는 건 Fed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하며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았던 Fed가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Slower but Higher & Longer)’ 전략으로 선회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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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7.7%로 시장 전망치(7.9%)를 하회하는 등 긴축 속도를 조절할 근거도 생겼다. Fed의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지난 14일 “곧 더 느린 (기준금리) 인상 속도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Fed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에 ‘킹달러’의 위세는 약해졌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7.4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값은 지난달 25일 기록한 저점(달러당 1444.2원) 대비 120원가량 올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지난달보다 환율이 안정된 것은 좋은 뉴스”라며 “Fed의 통화정책 변화가 있으면 (한국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이런 변화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급격한 긴축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채권시장의 ‘돈맥경화’는 강원도의 레고랜드 지급보증 거부 사태가 트리거(방아쇠)였지만, 중앙은행의 급격한 긴축도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말을 아꼈던 금통위원도 잇따라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 15일 “물가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하지만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돼 경기 부진이 우려되는 경우 긴축 기조 완화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기영 금통위원도 지난 11일 “지금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를 의식해 긴축의 고삐를 빨리 풀었다가 물가가 다시 치솟으며 통화정책의 신뢰를 상실했던 1970년대의 ‘스톱앤드고(stop and go)’ 트라우마를 경계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가 잡히기 전에 금리 인하를 섣불리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세일즈앤트레이딩)센터 리서치팀장은 “자금경색, 경기침체 위험 등으로 물가 요인만을 고집한 통화정책을 고수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안전운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고물가에 미국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만큼 한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도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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