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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못 받아 늦게 도착"…눈물 흘리며 사과한 전 용산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총경은 16일 “그날(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단 한 건의 보고를 받지도 못했다”며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총괄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현장 총괄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현안 질의에 답변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이 총경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에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류미진 총경과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총경은 참사 당일인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 업무를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9시 47분쯤 식당을 나섰다. 이 총경은 “오후 9시 57분경 녹사평역에 도착해서 당시 현장 관리하는 112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당일 오후 10시 15분 사고 발생 18분 전이고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당일 오후 6시 34분 이후 9건이 접수됐던 시점이다. 이 서장은 이날 “당시 경찰서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고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증인 불출석 

이 총경은 이태원 파출소까지 2㎞를 남겨두고 관용차 안에서 50여분간 머무른 이유에 대해선 “특정 지점이나 현장을 가는 개념이 아니고 전반적인 교통 상황이나 전체적인 상황 점검 차원이었기 때문에 여러 진로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총경은 오후 10시 55분 이태원 엔틱가구 거리에서 내려 뒷짐을 지고 가는 장면이 CC(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이 총경은 “정말 죄송하다”며 “그때까지 정확한 현장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총경은 오후 11시 10분쯤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서 현장 지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이 총경, 류 총경과 증인으로 채택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총경은 사전에 두 차례 서울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됐다고도 했다. 이 총경은 “제가 보고받기로 서울청장께서 재차 검토했으나 집회, 시위 경력 부족 때문에 지원이 안 되는 걸로 보고를 받았다”며 “이후에 다시 건의를 못 드렸다”고 말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 답변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 답변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류미진 총경, 상황실 안내려가고 사무실 머물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도 “상황관리관에게는 상황보고를 받을 수 있는 전용 폰이 있다. 전용 폰으로 (오후 11시 39분) 연락을 받았다”면서도 “그전엔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이날 5층 상황실이 아닌 10층 자신의 사무실로 향한 시간에 대해선 “아침에 (당직자에게) 교양을 하고 사무실에서 상황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아예 112상황실을 내려가지 않고 그냥 사무실에 계속 있었던 거냐’는 이성만 더불어 민주당 의원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거듭 말하면서 답변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른 총경분들이 상황관리관을 서도 그런 방식으로 서느냐’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 질문에 류 총경은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동시다발 신고가 예상되는 경우 접수자가 상황팀장에게 보고 하고 상황팀장이 전체 근무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도록 매뉴얼에 나와 있다’고 지적하자 류 총경은 “사실 저의 주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제가 모르고 있던 사항이었다”라고 답했다. 류 총경은 상황관리관 당직이 두 달에 한 번 정도 돌아온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참사 발생 후 자정을 넘긴 30일 0시 1분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문자 보고를 한 경위에 대해선 “상황팀장으로부터 ‘용산서장이 서울청장에 보고해서 청장이 현장에 나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가용경력을 보낸 다음에 상황을 정리해서 문자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일 이 총경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직무유기 혐의로,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 총경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 총경은 21일 특수본으로부터 출석 요청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전 작성된 안전보고서의 삭제 지시 의혹을 받는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A씨가 15일 오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전 작성된 안전보고서의 삭제 지시 의혹을 받는 서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A씨가 15일 오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임재 총경 “정보보고서, 보고 못받았다”

한편 용산서의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이 총경은 이날 자신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위험성을 우려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에게 삭제를 지시하고 회유한 의혹을 받는다. 증거인멸과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정보과장은 전날 특수본에 출석해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정보계장은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총경은 “죄송스럽지만 제가 보고받지 못한 정보보고서”라며 “계장이 선별해서 저한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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