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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피했다…“폴란드 타격, 우크라 측 대공 미사일 낙탄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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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군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가하는 와중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토에 러시아제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떨어져 주민 2명이 사망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러시아의 의도적 공격으로 판명될 경우 미국 주도의 나토와 러시아의 무력 충돌로 비화할 우려 때문이다. 현재로썬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던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미사일이 떨어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에 미사일이 떨어지며 파괴된 트랙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에 미사일이 떨어지며 파괴된 트랙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PㆍDPA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7개국(G7) 및 나토 회원국 정상과 긴급 회동하고 폴란드 미사일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탄도 궤적을 보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 3명도 AP에 “예비조사 결과 미사일이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들에게 우크라이나군의 방공 미사일(낙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폴란드 영토 내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16일 G20 정상회담 장소였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가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폴란드 영토 내에 미사일이 떨어져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16일 G20 정상회담 장소였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가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당초 폴란드 외무부는 ‘러시아제 미사일’이 영토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미사일이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측 모두가 사용하는 S-300 방공 미사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롭 리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폴란드가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제라고 밝혔다고 해도 이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쏜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며 “S-300 미사일은 구소련 시절부터 생산돼왔고 현재는 모두 러시아제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S-300 방공무기체계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정밀 조사가 진행되기 전에 해당 미사일이 어디서 쏜 것인지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을 요격하려고 발사했다가 우연히 경로를 이탈해 폴란드 영토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대공 미사일에는 목표물을 놓쳤을 경우 자폭하는 기능이 있지만, 이 기능이 오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며 미사일이 발사된 곳을 우크라이나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번 사건이 러시아와 나토와의 무력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은 잦아들었다. 당초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가입국 영토에서 발생한 첫 미사일 폭발 사례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컸다. 러시아의 의도적 공격일 경우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조약 5조 ‘집단방위 조항’의 발동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나토가 1949년 결성된 이래 2001년 9·11 테러 직후 딱 한 번 발동됐다. 당시 나토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다. 나토 주재 대사들은 16일 정례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긴급 안건으로 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장이 나토로 확대될 우려는 줄어들었지만, 이번 사태로 러시아와 나토가 조금만 오판을 한다면 일촉즉발의 충돌 위험이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련과 미국이 냉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던 건 양국 간 우발적 공격이나 오판으로 전쟁이 벌어질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당시보다 확전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 국면도 여전하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향한 끔찍한 미사일 공격이 없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조사 이후에 다시 우리의 성명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 인근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한 적이 없다”며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무리하며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을 통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러시아를) 규탄한다”고 했지만, “현 상황과 제재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다”는 문구도 담겼다고 CNN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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