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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막말뒤 '폼나게' 묻혔다…尹 "고생많다" 또 이상민 격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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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공항에 귀국 환영 인사를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 11일 동남아 순방 출국길 환송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의 어깨를 두 번 두들겼던 터라, 이날 발언에도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한때 경질설이 제기됐던 이 장관에게 재차 힘을 실어줬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왜 이 장관도 그만두고 싶지 않겠느냐”며 “진상 규명과 사퇴 수습이 우선이라 올해 연말까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임설에 힘을 실었다.

野에 공격받자, 입지 더 탄탄해졌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고 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순방 기관 이 장관은 야당의 집중포화 대상이었다. 윤 대통령의 ‘고생’ 발언도 이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폼나게 사퇴 발언’으로 이 장관의 거취 논란은 더욱 불붙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망언”이라며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역설적으로 야당의 공세가 이 장관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실 내부에서부터 “야당에 쫓겨나듯 물러나는 모양새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장관이 나가면 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도 칼을 겨눌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 장관은 지난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현재 자리서 최선 다하는 게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민 장관의 폼나게 발언을 비판하며 파면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민 장관의 폼나게 발언을 비판하며 파면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같은 기간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안팎 ‘콘크리트’ 행보를 보이거나 소폭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여권에선 이 장관의 부정적 여파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집토끼 지지층’을 결집시켰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여론조사 기관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이 장관이 버텨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꿈쩍않고 지지층은 결집했다”며 “'폼나게 논란'에도 유임설이 더 힘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진보 매체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와 일부 신부들의 막말로 ‘재난의 정치화’ 논란이 거세지며 야당에 역풍이 불 조짐이 보이는 점도 이 장관에겐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여권은 이런 흐름을 타고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막말 논란 신부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막말의 수위도 수위지만, 이를 두둔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정치 신부들이 문제 아니겠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동남아 순방 전 환송 인사를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들기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동남아 순방 전 환송 인사를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들기고 있다. 뉴스1

특수본, 이상민 피의자 전환 

다만 대통령실이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만큼, 이 장관이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은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단 말이 나온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피고발인은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확대 해석엔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경찰조직법과 재난안전법 관련해 이 장관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실도 “수사 결과를 회피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자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했다.

순방에서 귀국한 윤 대통령은 바로 대통령실에 정상 출근해 국내 현안 보고를 받고 순방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위로와 회복의 예배’에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국민을 위해 기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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