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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TBS에 민들레까지…'언론탄압' 논란에도 與 파상공세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가운데) 등 지도부가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가운데) 등 지도부가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시민언론 ‘민들레’ 등 친야 매체에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 “책임 있는 언론이 정상적인 취재과정을 거쳐 취재원의 동의를 받아 사연을 소개하는 것과 출처 모를 명단을 동의도 없이 공개하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취재고 후자는 폭력이요 선동이다”라고 쓰며 민들레를 직격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정치의 탈을 쓴 가장 비열하고 반인권적인 폭력”이라고 덧붙였다.

민들레는 13일 밤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사망자 155명의 실명이 적힌 포스터를 기사와 함께 게재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반발하며 역풍이 불자 포스터 속 일부 희생자 이름을 ‘○○○’으로 익명 처리했다. 포스터가 첨부된 관련 기사에 공개된 희생자 명단도 140여명으로 줄였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언론을 자처한 문제의 매체가 언론의 책임감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 “기본 중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캡처.

명단 공개의 위법 여부를 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명단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뿐만 아니라 누가 어떻게 명단을 입수했는지 불법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의 연장선상이다.

권 의원은 또 “명단 무단 공개 만행 뒤 민들레와 민주당의 공모 여부도 밝혀야 한다”며 “실제로 민주당 역시 명단 공개하자는 당직자의 문자메시지가 구설에 올랐고,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도 명단 공개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고 했다. “민들레가 전위부대였다면, 민주당은 본대였던 것”이라고도 했다.

또 권 의원은 “민들레의 경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대표의 경제 책사라는 최배근 교수,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등 야권 인사가 즐비하게 포진하고 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권의 대언론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뻗어가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당시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한 MBC, 김어준씨를 메인 뉴스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내세운 TBS가 그 대상이다.

“14일 MBC 뉴스외전 출연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고 주장한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은 이날도 “연일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입에 거품을 물며 ‘언론 탄압’이라 떠들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강압적인 ‘패널탄압’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또 다른 당권 주자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이날 KBS라디오에서 “내가 MBC에 많이 당했다”고 했다. 허은아 의원은 YTN에 출연해 “MBC 자체가 왜곡 보도를 하는 등 보도 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TBS의 경우 15일 서울시의회에서 예산폐지 조례안이 통과됐다.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현행 조례를 2024년 1월 1일부로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권에서 편향성을 문제삼아 온 건 출근 시간대에 방송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조례안이 통과된 직후 “TBS의 시사프로그램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지키지 못했다. 민주당 기관지나 다름없는 곳에 국민혈세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어 “TBS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김어준씨는 전형적인 음모론자이자 선동가다. 20여년 음모론 외길 인생을 살았다”라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언론사를 직격하는 흐름에 “언론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대언론 전선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기댈 건 여론전 밖에 없다”는 당내 기류가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30% 대의 낮은 국정 지지도가 지속하는 상황에선 ‘집토끼’를 결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고 이런 맥락에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에 대한 공격도 거칠어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토끼 대(對) 집토끼의 전선이 깊어지는 현 정치 구도에선, 다른 진영의 메신저를 철저하게 공격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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