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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의혹 김기춘…4번째 재판 끝에 무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 시각 등을 허위로 작성한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혐의로 1심, 2심에서 유죄가 된 김기춘(83)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네 번의 재판 끝에 결국 무죄를 받았다. 지난 8월 대법원이 “보고서가 사실에 기반해 허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이어 파기환송심 역시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오전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고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고받은 시간 등을 사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일 오전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고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法 “‘박 대통령 상황 파악했다’고 생각한다…김기춘의 의견”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담·이승련 부장판사)는 이날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8월 세월호 정국에서 ‘비서실에서는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끊임없이) 유·무선으로 보고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서를 국회에 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하며 “비서실에서 만든 상황 보고서가 실시간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허위 문건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국민 사기극”(1심 결심공판)이라며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고, 1‧2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2심은 “청와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기만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은 기속력을 가진다. 증거 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 사실이나 법률에 대한 판단이 기속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이유와 전적으로 같은 이유로 무죄”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된 부분은 김 전 실장의 ‘의견’이라고 했다. 진실 여부를 판단하거나 공공의 신용력이나 증명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중대본을 빙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청와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중대본을 빙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 청와대


‘비서실에서 20~30분 단위로 간단없이(끊임없이) 유·무선으로 보고’라고 된 답변서 부분은 실제로 대통령비서실에서 1부속실에 11차례 e메일로 상황을 보고하고, 국가안보실에서 청와대 관저에 3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보고하는 등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 또 김 전 실장에게 허위로 작성했다는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기춘 전 실장 “헌법, 법률, 양심 따른 용기있는 판단”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8년 8월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선 뒤 석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항의를 들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이날 최장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우고 석방됐다. 뉴스1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2018년 8월 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선 뒤 석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항의를 들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이날 최장 구속 기한인 1년 6개월을 모두 채우고 석방됐다. 뉴스1

김 전 실장은 재판이 끝난 뒤 “파기환송심 재판부에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 용기있게 판단해주신데 대해서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세월호 7시간 논란’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은 서간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청와대)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고 적기도 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2020년 보수 단체들에 23억원을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박영수 특검팀’이 수사·기소한 사건으로 진보 성향 문화·예술계 지원을 배제했다는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서는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한편 김 전 비서실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8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닌 안전행정부’라는 내용으로 ‘국가위기관리 기본 지침’을 고친 혐의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무죄를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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