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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1조 투자, 2000만명 유치...해저터널 발판, 관광도시 만들기 나선 이 사람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2022지자체장에게 듣는다]

2020년 12월 29일 오전 충남 보령화력발전소 앞. 한겨울 칼바람 속에 김동일(73·국민의힘) 보령시장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연단에 섰다. 그는 “선대가 삶의 터전까지 내준 곳이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 당위성만을 앞세워 주민이 보게 될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2020년 12월 29일 김동일 보령시장이 조기폐쇄가 결정된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지역경제와 주민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2020년 12월 29일 김동일 보령시장이 조기폐쇄가 결정된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지역경제와 주민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제9차 전력 수급계획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 가동 중단을 결정하자 김동일 시장은 반발했다. 주민들과 발전소를 찾은 김 시장은 “국가 에너지 정책 변화로 위기를 맞은 보령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주변에서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게 좋지 않다고 만류했지만, 김동일 시장은 “주민을 위해서라면 위정자(정치인)는 눈치를 보면 안 된다”며 그들을 설득했다. 주민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화력발전소 부지에 블루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방 중·소도시 자치단체장 호소가 통한 것이다.

文 정부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에 "고통 외면 말라" 호소

김동일 시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50년 넘게 공직에 몸담았지만, 시민 눈높이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시민 갈망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자치단체장 역할”이라고 말했다. 충남지역 15개 시·군 가운데 유일한 3선인 김 시장은 “(시민 모두가) 보령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김동일 보령시장이 민선8기 취임식에서 선서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주민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지난 7월 1일 김동일 보령시장이 민선8기 취임식에서 선서를 마친 뒤 아내와 함께 주민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보령이 고향인 김 시장은 군 복무와 부여군(1년), 서산시(6개월) 근무를 제외하고는 보령을 떠나본 적이 없는 지역 토박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고등학교도 모두 보령에서 마쳤다. 지방의원(4년)을 포함하면 김 시장 공직생활은 50년이 넘는다. 1968년 12월 부여군 세도면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06년 38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명예퇴직했다. 보령시 총무국장(4급)으로 정년이 3년 4개월이나 남았던 김 시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며 명예퇴직했다.

보령에서 초·중·고 졸업…정년 3년 남기고 명예퇴직

3선 자치단체장인 그에게도 난관은 있었다. 명예퇴직 후 충남도의원(8대)에 당선된 그는 2010년 무소속으로 보령시장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이어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 제6대 보령시장에 당선됐다.

지난 7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흠 충남지사(오른쪽 둘째), 김동일 보령시장(맨 오른쪽)이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태흠 충남지사(오른쪽 둘째), 김동일 보령시장(맨 오른쪽)이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 시장은 지난 7월 개최한 2022보령해양머드박람회를 올해 가장 보람 있던 일로 꼽았다. 5년을 준비한 행사인데 개막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성공 개최를 장담할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개막식 참석도 당일 오전까지 확정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 우려와 달리 ‘관람객 120만명’ 목표를 달성했다.

120만명 찾은 머드박람회 "시민 참여가 성공 비결" 

김 시장은 “보령은 관광도시다. 이벤트를 계속 만들어서 관광객이 찾아오게 하는 게 역할이고 사명”이라며 “미소와 친절·청결이 몸에 배도록 운동을 했고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머드박람회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동일 보령시장이 올해 보령시를 방문한 2000만명째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김동일 보령시장이 올해 보령시를 방문한 2000만명째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보령시]

보령시는 올해를 ‘2022 보령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 1월 선포식을 시작으로 수도권 전철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홍보활동을 했다. 한 해 동안 머드박람회를 비롯해 17개의 국제·전국 단위 행사도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달 18일에는 목표인 2000만명을 조기 달성했다. 올여름 대천해수욕장에는 지난해보다 72%가 늘어난 483만명이 다녀갔다.

섬 개발에 1조원 투입…원산도에 대규모 리조트 조성

올해로 9년째 보령시를 이끄는 김동일 시장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관광도시 위상에 걸맞게 원산도 등 5개 섬에 1조원을 투입, 해양레저 시설 등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원산도와 섬을 잇는 케이블카도 설치하고 원산도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리조트가 들어선다. 중·장기 사업으로 보령-대전-보은 간 고속도로 건설, 보령 신항 다기능 항만조성 등도 추진한다.

충남 보령시 원산도와 삽시도 등 인근 섬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조감도. [사진 보령시]

충남 보령시 원산도와 삽시도 등 인근 섬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조감도. [사진 보령시]

2021년 12월 대천항과 원산도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6.927㎞)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하면서 서해안의 관광지도가 크게 달라졌다. 배가 육지와 유일한 연결 통로였던 원산도는 2019년 12월 태안군 안면도와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해저터널을 통행한 차량(양방향)은 36만8011대, 올 1월에는 26만6769대로 집계됐다.

해저터널 개통 이후 관광객 발길 이어져

김동일 보령시장은 “해저터널은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며 “보령을 모든 국민이 찾고 싶은 관광해양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보령해양머드박람회 현장에서 김동일 보령시장이 관람객들과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 보령시]

지난 7월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보령해양머드박람회 현장에서 김동일 보령시장이 관람객들과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 보령시]

김 시장은 보령 출신 공무원을 부시장으로 발탁해 주목을 받아왔다. 현 고효열 부시장을 포함해 최근 3명의 부시장이 모두 보령이 고향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이후 단체장은 동향(同鄕) 출신을 부단체장에 앉히는 것을 꺼렸다. 잠재적 경쟁자라고 생각해서다. 김 시장은 “다른 지역 출신이 오면 지역에 적응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 주민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충남지사-국회의원 보령 출신, 지역발전 탄력

보령지역에선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모두 보령 출신으로 김동일 시장까지 ‘트로이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지난 6·1지방선거 당선된 김태흠(59) 충남지사, 장동혁(53) 국회의원은 김 시장과 같은 정당(국민의힘) 소속이다. 장 의원은 김 시장의 대천고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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