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메타)과 넷플릭스의 주가가 떨어지고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자, 월가에서는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을 대체할 ‘마타나(MATANA)’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지난 9월 콘스텔레이션 리서치의 레이 왕 애널리스트는 야후 파이낸스에 “빅테크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기업이 어디인지 재고해야할 때”라며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빼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테슬라, 엔비디아를 추가해야한다”고 말했다.
왕 애널리스트가 꼽은 MS의 경쟁력은 뭘까. 일단 기업간거래(B2B) 뿐 아니라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도 강점이 있다는 점, 그리고 클라우드, 메타버스 뿐 아니라 게임까지 성장 동력이 다양하는 점이다. 그런데 MS는 10년 전만 해도 윈도(Window)와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위주로 사업을 꾸리던 ‘올드’한 기업이었다. 신생 인터넷 기업들에 왕좌를 내준 MS를 클라우드 기업으로 탈바꿈한 주역, 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다. 2014년 취임한 나델라 CEO는 링크드인·마인크래프트·깃허브 등을 인수합병(M&A)해 MS의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를 두고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은 그를 “리파운더”(refounder·재창업자)라고 정의하기도.
그 나델라 CEO가 4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15일 서울 코텍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인 ‘MS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참석차 전날 입국했다.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세번째 방한이다. 한국MS에 따르면 나델라 CEO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라이브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
무슨일이야
이날 나델라 CEO의 기조연설 주제는 ‘MS 클라우드와 함께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라‘. 그는 1975년 빌 게이츠가 MS를 창업하던 때도 위기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대 위 화면엔 당시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표지가 등장했다. ’인플레이션·경기 침체·에너지 위기‘라는 머리 셋 달린 용 그림이었다. 나델라 CEO는 “(지금도 우리는) 기술의 힘을 통해 위기에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나델라가 제시한 전략은
나델라 CEO는 기업이 직면한 도전을 ‘디지털 숙명(imperative)’이라 말했다. 디지털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6대 디지털 숙명을 하나하나 꼽았다. 클라우드로의 전환,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융합팀 성장 및 역량 강화, 직원 대상 에너지 부여, 협업 비즈니스 환경 구축, 그리고 보안.
◦“4년 뒤엔 업무 95% 클라우드에서”: 나델라 CEO는 기업의 효율성 증가를 위한 가장 큰 변화로 클라우드 전환을 꼽았다. “2025년까지 기업 업무의 95%가 클라우드에서 이뤄지고, 그렇지 못하면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AI(Generative AI)발 데이터의 비중이 총 데이터의 10%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도 했다. 앞으로 모든 제품과 경험을 생성AI로 시각화하게 된다는 것. 생성AI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텍스트·오디오·이미지 등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기술로, 창작AI로도 불린다.
◦ 노코드, 로우코드 시대 온다: 나델라 CEO는 또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자기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을 해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업무가 기술 영역의 밖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앱의 70%는 (코딩이 필요 없는) 노코드 및 (코딩 수준이 최소화된) 로우코드 툴로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시민 개발자도 디지털 전환에 참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MS는 노코드 및 로우코드 개발 도구인 ‘파워앱스’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나델라 CEO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사례를 소개하며 “고졸 출신의 직원이 MS 파워플랫폼을 익힌 후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앱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 이미 실현된 미래, 산업용 메타버스: 실제 세상과 디지털 세계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객 경험, 서비스, 파이낸스, 공급망관리 등에 AI와 메타버스를 녹여 모든 것을 실물에 가깝게 확인한 후 생산하게 된다는 것. 나델라 CEO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역량 등을 통해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MS는 최근 산업용 메타버스 사업팀을 신설했다.
나델라가 만난 사람들
MS는 지난 3분기 전체 매출 501억2000만 달러(약 65조원)의 약 40%(203억 달러, 약 26조원)를 클라우드 부문에서 벌어 들였다. 클라우드 사업 측면에서 한국은 규모는 작아도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데이터 소비가 많은 인터넷·게임 기업들이 많은 데다,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제조사들이 많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도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나델라 CEO는 이번 방한에서도 국내 대기업 및 스타트업들과 만나 MS와 지속적인 협업을 요청했다. 이날 그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최태원 SK 회장, 박정호 SK스퀘어대표와 각각 만나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3D 패션 디자인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스타트업 ‘클로버추얼패션’, 클라우드를 이용해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에 나선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 마이크로소프트365와 팀즈 등을 사용하고 있는 이마트와도 미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