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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를 톱으로 키운 CEO 방한…"이제 업무 95%는 클라우드서" [팩플]

중앙일보

입력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MS 개발자 행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행사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MS 개발자 행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행사에 참석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페이스북(메타)과 넷플릭스의 주가가 떨어지고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자, 월가에서는 ‘팡(FAANG,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을 대체할 ‘마타나(MATANA)’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지난 9월 콘스텔레이션 리서치의 레이 왕 애널리스트는 야후 파이낸스에 “빅테크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기업이 어디인지 재고해야할 때”라며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빼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테슬라, 엔비디아를 추가해야한다”고 말했다.

왕 애널리스트가 꼽은 MS의 경쟁력은 뭘까. 일단 기업간거래(B2B) 뿐 아니라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도 강점이 있다는 점, 그리고 클라우드, 메타버스 뿐 아니라 게임까지 성장 동력이 다양하는 점이다. 그런데 MS는 10년 전만 해도 윈도(Window)와 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위주로 사업을 꾸리던 ‘올드’한 기업이었다. 신생 인터넷 기업들에 왕좌를 내준 MS를 클라우드 기업으로 탈바꿈한 주역, 현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다. 2014년 취임한 나델라 CEO는 링크드인·마인크래프트·깃허브 등을 인수합병(M&A)해 MS의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를 두고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은 그를 “리파운더”(refounder·재창업자)라고 정의하기도.

그 나델라 CEO가 4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15일 서울 코텍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인 ‘MS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참석차 전날 입국했다.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세번째 방한이다. 한국MS에 따르면 나델라 CEO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라이브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

무슨일이야

이날 나델라 CEO의 기조연설 주제는 ‘MS 클라우드와 함께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일을 하라‘. 그는 1975년 빌 게이츠가 MS를 창업하던 때도 위기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무대 위 화면엔 당시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표지가 등장했다. ’인플레이션·경기 침체·에너지 위기‘라는 머리 셋 달린 용 그림이었다. 나델라 CEO는 “(지금도 우리는) 기술의 힘을 통해 위기에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가 보여준 1975년 당시 두 잡지의 표지. 왼쪽은 ‘포퓰러 일렉트로닉스(Popular Electronics)’ 1975년 1월호. 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이 잡지의 표지를 보고 컴퓨터 언어를 개발할 것을 결심했다. 빌 게이츠는 훗날 출간한 ‘미래로 가는 길’ 서문에 “ ‘포퓰러 일렉트로닉스’지에 실린 알테어 8800(소형 컴퓨터)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일지 폴과 나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자신과 컴퓨터 업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었다.”고 썼다. 오른쪽은 당시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표현한 뉴스위크의 표지.[연합뉴스]

나델라 CEO가 보여준 1975년 당시 두 잡지의 표지. 왼쪽은 ‘포퓰러 일렉트로닉스(Popular Electronics)’ 1975년 1월호. 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이 잡지의 표지를 보고 컴퓨터 언어를 개발할 것을 결심했다. 빌 게이츠는 훗날 출간한 ‘미래로 가는 길’ 서문에 “ ‘포퓰러 일렉트로닉스’지에 실린 알테어 8800(소형 컴퓨터)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일지 폴과 나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자신과 컴퓨터 업계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었다.”고 썼다. 오른쪽은 당시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표현한 뉴스위크의 표지.[연합뉴스]

나델라가 제시한 전략은

나델라 CEO는 기업이 직면한 도전을 ‘디지털 숙명(imperative)’이라 말했다. 디지털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6대 디지털 숙명을 하나하나 꼽았다. 클라우드로의 전환,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융합팀 성장 및 역량 강화, 직원 대상 에너지 부여, 협업 비즈니스 환경 구축, 그리고 보안.

◦“4년 뒤엔 업무 95% 클라우드에서”: 나델라 CEO는 기업의 효율성 증가를 위한 가장 큰 변화로 클라우드 전환을 꼽았다. “2025년까지 기업 업무의 95%가 클라우드에서 이뤄지고, 그렇지 못하면 뒤처지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AI(Generative AI)발 데이터의 비중이 총 데이터의 10%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도 했다. 앞으로 모든 제품과 경험을 생성AI로 시각화하게 된다는 것. 생성AI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텍스트·오디오·이미지 등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기술로, 창작AI로도 불린다.

◦ 노코드, 로우코드 시대 온다: 나델라 CEO는 또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어도, 자기 업무에서 디지털 전환을 해내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업무가 기술 영역의 밖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앱의 70%는 (코딩이 필요 없는) 노코드 및 (코딩 수준이 최소화된) 로우코드 툴로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시민 개발자도 디지털 전환에 참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MS는 노코드 및 로우코드 개발 도구인 ‘파워앱스’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나델라 CEO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사례를 소개하며 “고졸 출신의 직원이 MS 파워플랫폼을 익힌 후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앱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 이미 실현된 미래, 산업용 메타버스: 실제 세상과 디지털 세계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객 경험, 서비스, 파이낸스, 공급망관리 등에 AI와 메타버스를 녹여 모든 것을 실물에 가깝게 확인한 후 생산하게 된다는 것. 나델라 CEO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역량 등을 통해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MS는 최근 산업용 메타버스 사업팀을 신설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나델라가 만난 사람들

MS는 지난 3분기 전체 매출 501억2000만 달러(약 65조원)의 약 40%(203억 달러, 약 26조원)를 클라우드 부문에서 벌어 들였다. 클라우드 사업 측면에서 한국은 규모는 작아도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데이터 소비가 많은 인터넷·게임 기업들이 많은 데다,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제조사들이 많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하는 데도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나델라 CEO는 이번 방한에서도 국내 대기업 및 스타트업들과 만나 MS와 지속적인 협업을 요청했다. 이날 그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최태원 SK 회장, 박정호 SK스퀘어대표와 각각 만나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3D 패션 디자인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스타트업 ‘클로버추얼패션’, 클라우드를 이용해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에 나선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지니너스’, 마이크로소프트365와 팀즈 등을 사용하고 있는 이마트와도 미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