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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쓴 전장연 돈준다" 논란…증액 예산 6300억 통과 가능성은

중앙일보

입력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역에서 잠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전장연은 이날 장애인 이동권 토론회 및 이동권 예산 촉구 이어말하기를 위해 국회로 향하면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뉴스1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역에서 잠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전장연은 이날 장애인 이동권 토론회 및 이동권 예산 촉구 이어말하기를 위해 국회로 향하면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뉴스1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마침내 정부여당을 삥 뜯는 데 성공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그는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탈시설화’를 요구하며 지하철을 점거하고 운행을 방해하며 출근길 시민의 발을 묶었다. 그러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장연이 요구했던 탈시설화 예산 요구에 굴복했다”고 했다.

복지위, 전장연 요구 예산 6300억 이상 증액

김 전 비대위원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10일 복지위가 처리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예비심사 결과다. 복지위는 ‘장애인 자립지원(탈시설) 시범사업’ 예산으로 정부가 책정한 48억3400만원에서 179억원을 증액해 227억3400만원을 의결했다. 이는 거주시설에 입소한 장애인 중 지역 사회에서 자립을 희망하는 경우 이들을 지원하는 예산이다. 또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5490억3900만원 증액된 2조5409억180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 외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지원’ 약 41억원, ‘주간활동서비스’ 약 467억원 등도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예산들은 전장연이 증액을 요구했던 부분이다. 예컨대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은 전장연이 정부에 올해 예산보다 약 1조2000억원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중 2493억3000만원만 증액으로 반영했다. 그런데 국회 복지위에서 예비심사를 하며 여기에 5500억원 정도를 더 높인 것이다. 다른 예산 항목들까지 합하면 전장연의 요구 중 복지위에서만 정부안보다 총 6359억원 증액됐다. 전장연은 14~18일 한 주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멈추겠다고 밝히며 “복지위는 전장연이 요구해온 장애인 권리예산을 100%는 아니지만 장애인활동지원예산, 주간활동서비스예산, 탈시설 시범사업예산 등을 (예산안에) 의미 있게 반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복지위의 예산안 증액은 그간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부정적으로 봐왔던 이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는 네티즌이 주로 활동하고, 전장연에 부정적인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가 대표적이다. “떼쓰면 요구 들어주는 국가라는 게 증명됐다”, “지하철 점거하면 돈 주냐” 등 전장연의 시위와 장애인 관련 예산을 폄훼하는 표현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반영될 가능성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상암동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프로그램 '썰전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지난 4월 13일 서울 상암동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프로그램 '썰전라이브' 생방송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복지위에서 증액한 예산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절차를 보면, 정부가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면 각 상임위에서 예비심사를 하고, 예결위에서 종합심사를 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단계는 예결위 심사다. 여야가 협상을 통해 예산안 최종안을 만드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국회 한 선임비서관은 “각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는 ‘예비’심사일 뿐이다. 상임위에서는 웬만하면 소관 정부 부처나 시민단체의 요구사항을 다 반영해서 증액 예산으로 넣어둔다. 하지만 예결위에선 증액 항목은 보지도 않는다. 감액 항목만 보고 그것부터 반영해 둔다. 보좌진 생활 10년 동안 상임위 예산 증액이 그대로 반영된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예결위 소속 의원도 “상임위 예비심사를 참고는 하지만 사실상 예결위에선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다시 심사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반대 때문에도 전장연 요구 예산은 정부안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예산 결정 과정에서 국회보다 정부의 권한을 더 크게 인정하는 국가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장연이 요구한 예산을 국회가 증액하려고 해도 정부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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