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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도 거닐었다"…황금물결 펼쳐진 '영남알프스'의 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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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의 모습. 일몰 즈음 붉은 햇볕을 받아 억새 평원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사자평 억새 장관은 11월 하순까지 볼 수 있다.

지난 10일 재약산 사자평 억새밭의 모습. 일몰 즈음 붉은 햇볕을 받아 억새 평원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사자평 억새 장관은 11월 하순까지 볼 수 있다.

태백산맥 남쪽 끝자락의 재약산(1119m). 해발 1000m 이상의 준봉들이 병풍을 친 이른바 ‘영남알프스’ 산군 중 가장 매혹적인 가을 풍경을 품은 장소다. 가을이면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 평원이 펼쳐지고, 곳곳으로 오색 단풍이 물드는 장소다. ‘사자평 억새’로 유명한 바로 그 산이다. 11월 하순까지도 억새와 단풍이 남아있어 늦가을 여행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서울은 단풍이 저물어 가고 있지만, 재약산은 지금이 절정이다.

재약산 남쪽 자락에 들어앉은 밀양 표충사. 천왕문 뒤쪽으로 울긋불긋 곱게 물든 재약산이 보인다. 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재약산 사자봉이다.

재약산 남쪽 자락에 들어앉은 밀양 표충사. 천왕문 뒤쪽으로 울긋불긋 곱게 물든 재약산이 보인다. 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재약산 사자봉이다.

재약산은 경남 밀양에 뿌리내려 있다.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산내면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천황산(1189m)을 거쳐 재약산으로 넘어갔다 오는 방법도 있지만, 이맘때는 단장면 남쪽 자락에서 산을 치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쪽이 낫다. 단풍놀이 인파를 피하는 길이자, 가장 빠른 등산로여서다. 고즈넉한 사찰과 폭포의 비경도 벗 삼을 수 있다. 힘은 더 들어도 여러모로 낭만적이다.

재약산 들머리의 표충사는 기묘한 사찰이다. 불교와 유교가 공존하는 장소여서다. 문성남 문화해설사가 “통도사의 말사이자,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당”이라고 일러줬다. 양지바른 땅에 법당(法堂)과 사당(祠堂)이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있는 형국. 병풍처럼 뒤를 받치고 있는 재약산과 천황산 모두 마침 단풍이 절정이어서 경내까지 붉은 기운이 감돌았다.

재약산 흑룡폭포. 용을 닮은 거대한 물줄기 주변으로도 단풍이 깊게 배었다.

재약산 흑룡폭포. 용을 닮은 거대한 물줄기 주변으로도 단풍이 깊게 배었다.

표충사에서 사자평 억새평원까지는 대략 4.2㎞의 산길. ‘옥류동천’이라 불리는 이 계곡길은  3개의 걸출한 폭포를 만나는 폭포 산행 코스로도 유명하다. 가파른 계단을 1시간 이상 치고 올라가야 했지만, 고비마다 폭포가 쉼터 노릇을 했다. 절경은 단연 흑룡폭포였다. 용을 닮았다는 거대한 물줄기 주변으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짙게 배어 있었다.

물줄기가 겹겹이 층을 이룬 층층폭포를 지나니 곧 사자평의 광활한 품이었다. 413만㎡(약 125만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의 억새밭. 어찌나 넓은지 억새밭을 횡단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재약산 사자평. 전국 최대 규모의 억새밭이다.

재약산 사자평. 전국 최대 규모의 억새밭이다.

사자평은 뿌리 깊은 인생 사진 명당이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 안쪽으로 들면 자동으로 그림 같은 구도가 완성된다. 햇볕을 받으면 평원 전체가 은빛으로 출렁거린다. “지난달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자평 억새밭을 거닐다 내려갔다”고 성정필 문화해설사가 귀띔했다.

서걱서걱 쏴아, 억새는 바람이 일 때마다 서로 몸을 부대끼며 분주하고도 은은한 소리를 냈다. 가을바람 소리를 한참 듣다, 해 질 녘 산 밑으로 발을 옮겼다. 벌겋게 저물어 가는 햇빛이 억새밭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억새는 빛에 민감한 피사체다. 역광을 잘 이용하면 보다 드라마틱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억새는 빛에 민감한 피사체다. 역광을 잘 이용하면 보다 드라마틱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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