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쌍방울 김성태, 北김정은에 에르메스 말안장 선물" 증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쌍방울 그룹의 비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54) 전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에르메스의 말안장을 건넸다는 의혹을 검찰이 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성태가 김정은에게 말안장 줬다” 증언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소속 임직원을 동원해 중국에서 만난 북한 인사와 접촉하며 에르메스에서 제작한 고급 말안장을 건넨 의혹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가방 등 장신구류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고급 말안장 제작업체로 출발했다. 지금도 주문제작 형식으로 장인이 1대1 로 만들어낸 고급 말안장을 판매하고 있다.

쌍방울 관계자들은 검찰에 “김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안장을 줬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고급 스포츠인 승마는 북한에서 최상류층만 할 수 있다. 검찰 수사로 김 전 회장이 말안장을 건넨 사실이 최근 드러나자 김 전 회장이 북한 고위층에게 주려 한 선물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는 했지만, 북한 권력의 정점에 있는 김정은 위원장 등 이른바 ‘백두혈통’이 선물 수령자이고, 이 말안장이 고급 명품 브랜드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에르메스 말안장 . 중앙포토

에르메스 말안장 . 중앙포토

김 전 회장은 에르메스 말안장의 가격에 대해선 주변에 함구했다고 한다. 에르메스 말안장은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이른다. 김정은 위원장을 위한 말안장인 점을 고려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말안장일 것으로 주변에선 짐작했다고 한다. 만일 김 전 회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에르메스 말안장을 상납한 게 사실이라면, 대북 사치품 반출을 금지한 유엔(UN) 대북 결의 1718호 위반 소지가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이 2019년 1월 중국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4차례에 걸쳐 150만 달러를 전달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은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개인 소지품에 숨겨 출국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빼돌렸다고 한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아태평화교류협회와 짜고 북한에 고급 상납품과 외화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쌍방울 홈페이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쌍방울 홈페이지

해외 도피 김성태, 검찰에 ‘협상’ 시도 중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진술을 할 테니 쌍방울의 비리는 봐 달라”라는 취지로 협상을 시도 중이지만, 검찰은 “협상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나와 유착한 검사들이 있다. 검찰이 나를 건드리면 검사들 이름을 폭로하겠다”며 검찰을 압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모든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대북사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차기 정부에서 남북 화해 무드를 이용해 회사 규모를 키우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쌍방울 측은 김 전 회장과 관련된 의혹과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사실관계 파악이 안 돼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