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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맬서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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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30년 전만 해도 ‘둘도 많다’는 슬로건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1자녀 갖기’를 정부 차원에서 권고했던 시기였다. 20세기 많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산아 제한 정책은 1798년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내놓은 『인구론』의 영향이 컸다. 그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에 비해 식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구 증가를 통제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론

인구론

시간이 흐르면서 허점이 드러났다. 기술이 혁신하면서 일정 토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농업 생산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들어 프리츠 하버가 질소 고정법을 발견해 화학비료를 대량으로 찍어 낼 수 있게 되자 이른바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식량 생산의 대약진이 일어났다. 맬서스가 예상했던 ‘인구증가=파멸’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술 발달과 혁신으로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그가 실패한 원인이었다.

맬서스의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미국이다. 그는 당시 미국을 인구가 급증하는 ‘위험한’ 사례로 주목했다. 미국의 인구 증가는 출생률보다 활발한 이민의 덕이 컸지만 통계수치만 봤던 그는 이를 몰랐다. 미국은 이후 수퍼 파워로 성장하며 맬서스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15일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1987년 50억 명을 돌파한 뒤 50년도 지나기 전 60%가 증가한 셈이다. 반면 한국의 출산율은 0.7%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울 지경이다. 보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고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