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 비핵화, 중국이 역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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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윤대통령과 시 주석이 공식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 25일 시 주석과 첫 통화를 한 바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윤대통령과 시 주석이 공식 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 25일 시 주석과 첫 통화를 한 바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언제라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 안정과 북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11분(현지시간)부터 25분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장소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시 주석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한·중 정상이 대면 회담을 한 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12월 이후 약 2년11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 25일 시 주석과 25분간 첫 통화를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 이익을 가진다”며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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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회담에서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인적 교류를 포함해 한반도 역내 평화와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주도하고 기여하는 것이며 이를 추구하는 데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시 주석도 공감을 표했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1.5트랙(반관반민) 대화체제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시진핑 “글로벌 공급망 안전 보장해야” 미국 견제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날 회담에서 먼저 모두발언을 한 시 주석은 중국어로 “좋은 저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시 주석은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며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다자주의’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구축을 비판할 때 단골로 사용하는 용어다.

윤 대통령 “북,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

실제 시 주석은 이날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구축 움직임에 대한 견제성 발언도 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안보와 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공급망 재편에 한국이 동참해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은 메시지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이른바 ‘칩4’(한·미·일·대만)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니냐는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CC-TV는 전했다. ‘전략적 소통’ ‘정치적 신뢰’ 등의 표현은 중국 측 인사들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후 자주 써 온 표현으로,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행보가 중국의 안보상 이해와 상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측은 전날 미·중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에서 북핵 관련 논의사항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처럼, 이날 한·중 정상회담 후에도 북한 관련 양국 간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회담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첫 대면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회담 직후 공동성명 형식의 문서는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외교 성과”라며 “시작이 반이다. 욕심부리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날 오전 두 정상은 G20 정상회의장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오늘 회담을 기대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시 주석의 대통령 당선 축하 인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전했다.

시진핑 “한국이 남북관계 적극 개선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로 의미가 매우 크다”며 “우리는 이번 회담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중·한 관계의 다음 단계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출국 전까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날인 14일 오후까지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G20 관련 회의장에서 두 정상이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공식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언론에 긴급 공지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최근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미·일 3국 차원의 협력 강화가 되레 한·중 관계 개선을 추동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번 G20 회의가 연내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다자회의의 계기라는 점도 고려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 문제에서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의 기존 입장을 설명했으며, 한반도 문제의 매듭이 있는 곳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대한 균형 있는 해결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아가 “중국이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 고조 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맞서 ‘추가적인 방어행위’를 취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왕 부장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북핵 고도화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역내 군사력 증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미국이 해결해야 한다고 맞대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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