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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국 카타르의 ‘금(金)주’…생맥주 한 잔에 2만60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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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카타르 통신 - 방문객의 음주법

금주국 카타르 도하 시내의 한 5성급 호텔의 스포츠바.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다. 500ml 생맥주 한 잔을 2만6000원에 판매한다. 김현동 기자

금주국 카타르 도하 시내의 한 5성급 호텔의 스포츠바.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다. 500ml 생맥주 한 잔을 2만6000원에 판매한다. 김현동 기자

맥주는 ‘스포츠의 동반자’로 여겨지는 기호 식품이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카타르월드컵 관전을 위해 현지를 찾을 100만 여 명의 외국인 축구 팬들이 맥주를 즐기려면 시간과 공간·비용 등에서 적잖은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15일 취재진이 카타르 도하 시내의 5성급 호텔 스포츠바를 직접 방문해 현황을 살펴봤다. 카타르에서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카타르에서 허가 받지 않은 공간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 호텔의 스포츠 바에서는 500㎖ 생맥주 한 잔을 60리얄(약 2만2000 원)~70리얄(2만6000 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위스키 또는 고급 와인 한 잔과 엇비슷한 가격이다. 부담스러운 가격대지만,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장소 자체가 한정돼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 도하 시내 전통시장인 수크 와키프 인근 바에서도 생맥주 한 잔(500㎖)은 50리얄(1만8000원) 안팎에 팔린다. 국내 취재진 사이에서는 “금주국가 카타르에서 맥주는 금(金)주”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금주국 카타르 도하 시내의 한 5성급 호텔의 스포츠바.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다. 500ml 생맥주 한 잔을 2만6000원에 판매한다. 김현동 기자

금주국 카타르 도하 시내의 한 5성급 호텔의 스포츠바. 합법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다. 500ml 생맥주 한 잔을 2만6000원에 판매한다. 김현동 기자

바 입구에선 건장한 체격의 보안 요원이 출입을 통제했다. 여권을 제시해 외국인임을 인증한 뒤에야 비로소 입장할 수 있었다. 내부는 맥주와 축구를 함께 즐기는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40여 대의 크고 작은 TV가 바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등 대부분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

맥주 두 잔, 콜라 한 잔, 튀김&버거 세트를 주문했더니 봉사료 포함 513리얄(약 18만8000원)이 나왔다. “카타르에서 마음껏 맥주를 마시려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것만큼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던 월드컵 조직위 관계자의 조언이 떠올랐다.

해당 스포츠 바는 최근 영국 매체에서 “카타르월드컵 결승전 당일에 맥주 3잔에 음식을 포함한 세트 메뉴를 240파운드(37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보도해 화제가 됐던 장소다. 종업원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다. 월드컵 직전이든 결승전 당일이든 맥주 가격은 동일하다. 도하에서 맥주는 이미 충분히 비싸다”고 말했다.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경기장 내 음주를 금지하는 대신 입장권을 소유한 축구 팬들이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경기 시작 3시간 전~경기 종료 후 1시간 이내로 시간 제약을 뒀다. 도하 시내 팬 페스티벌 장소인 알비다 공원에서도 오후 6시~새벽 1시 사이에 맥주 판매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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