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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방망이로 '캉, 캉'…활활 타는 車에 뛰어든 도로 위 영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전 1시 27분쯤 광주시 동구의 한 도로에서 사고로 화재가 난 차량을 발견한 시민들이 운전자를 구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사진 광주경찰청

15일 오전 1시 27분쯤 광주시 동구의 한 도로에서 사고로 화재가 난 차량을 발견한 시민들이 운전자를 구조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사진 광주경찰청

“유리창 깨야 돼”

15일 오전 1시 27분쯤 광주시 동구의 한 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 선 차량에 불이 붙었다. 차 안에는 60대 운전자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폭발이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 우연히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구조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차 손잡이를 당겨도 안에서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안에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한 이들은 “유리창 깨야 돼. 유리창 깰 만한 거”라며 다급하게 도구를 찾았다.

그때 사회인 야구를 즐기던 한 시민이 차 트렁크에 갖고 다니던 야구 방망이를 가지고 왔다. 또 다른 시민은 큰 돌덩이로 뒷좌석 창문을 깨뜨렸지만 운전자를 구조하기는 힘들었다.

그는 다시 야구방망이를 전해 받고 앞 좌석 창문을 깨보려 했지만 ‘캉’ ‘캉’ 소리만 울려퍼질 뿐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그 사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구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몇 차례 더 유리를 내리치는 과정에서 큰 소리를 들은 운전자 A씨는 점차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빨리 나와요, 빨리 빨리”

A씨는 활활 타오르는 차량의 문을 열고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한 시민은 A씨가 다 빠져나올 때까지 차 문은 끝까지 잡아줬다.

탈출과 동시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과 경찰은 화재 진화와 사고 처리에 나서 신고 10분 만에 완전히 진화했다.

경찰은 A씨가 이날 오전 1시 27분쯤 광주 동구 소태동 도로를 지나다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의식을 잃었고, 이후에도 가속 패달에서 발을 떼지 못해 과열로 인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에 대한 음주 측정 결과 음주운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A씨를 구조한 시민에게 감사장을 수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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