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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北도발 적극 역할 해달라" 習 "北호응땐 담대한 구상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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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취임 후 첫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의 자유ㆍ평화ㆍ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시 주석과 마주 앉은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ㆍ평화ㆍ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 나가는 것으로,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캠핀스키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캠핀스키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한ㆍ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며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고, 한ㆍ중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청두(成都)로 향하는 길에 베이징에 들러 회담한 지 약 3년 만이다.

이날 회담은 오후 5시 11분부터 36분까지 25분간 진행됐다. 양 정상은 환하게 웃으며 회담을 시작했지만, 해석이 필요한 발언도 적잖았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경제교류, 인적교류를 포함해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정,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통ㆍ호혜ㆍ교류ㆍ협력 등의 단어를 써가며 우호적인 발언을 했지만, 윤 대통령이 그간 외교 무대에서 즐겨 사용해온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를 놓고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중국의 역내 팽창주의적 태도에 대한 견제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북한 이슈도 제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이후 대화 과정에서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ㆍ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언제든지 감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정세 안정,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ㆍ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공동 이익을 가진다”며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시 단계별ㆍ분야별 적극 지원을 공약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시 주석은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보다는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북한의 호응이라는 조건을 달아 담대한 구상을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라는 표현도 썼다. 시 주석은 “중ㆍ한 관계를 유지ㆍ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견제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중인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를 견제하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중국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 안보화(안보와 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 등 핵심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이른바 ‘칩4(한ㆍ미ㆍ일ㆍ대만)’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한 불만 표출 아니냐는 것이다.

믹타(MIKTA) 회원국 정상들 기념촬영.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믹타(MIKTA) 회원국 정상들 기념촬영.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시 주석은 이어 “(한ㆍ중)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첨단 기술 제조업, 빅데이터, 녹색경제 등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며 국제 자유무역 체계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양 정상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ㆍ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는 윤 대통령의 제안에 공감을 표한 시 주석은 한ㆍ중 양국 간에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1.5트랙 대화체제를 구축하자고 덧붙이면서 “양국 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정치적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했다.

양국 교류와 관련해 양 정상은 “민간 교류, 특히 젊은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윤 대통령), “한ㆍ중 국민 간 인적ㆍ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시 주석)는 말을 주고받았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외교 성과”라며 “시작이 반으로, 처음부터 욕심부리진 않겠다 ”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북한의 7차 핵실험 도발 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양국 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이날 오전 G20 정상회의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오늘 회담을 기대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시 주석의 ‘대통령 당선 축하 인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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